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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Mar 23. 2021

나에게는 아직도 10분의 여유가 남아있어요

-  시간의 굴레

나에게는 아직도 10분의 여유가 남아있어요

-  시간의 굴레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그대

그거 알아요


당신이 기다린 시간은

무려 1시간이었어요


그 시간은 아마도

그대가 덕수궁 후원과 고궁을

모두 돌아보아도 남는 시간


아니면

옛 추억의 상념에 젖어서 배회하다

가을바람인 듯 불어오는 봄바람에

지난가을 매달린 마지막 낙엽에

떨어지는 소리에 흠칫 놀라


차분히 가라앉은

마음의 동요를 일으키는

방지 연못 위 노니는

흐릿한 마음의 잔상들과


낙엽 한 점에 떠다니는

그리움을 기억하고

회상의 시간이 되어가는

순간순간이 되어갔었을 거예요


특별히 서성인 한 곳을

멍하니

빈 하늘을 올려다볼 때


참,


복잡하게 지나는

어느 이의  낯설게 펴진 못한

양 날개의 어깻죽지를

남몰래 툴툴 부딪히며 털듯이



떨어지는 시간을

가을날 밤송이 줍듯이 되어 가는 것도

아니기를 바랐습니다


그대가 지금껏 기다려온

현실이라는 감투에 갇혀버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 떠나는 나그네처럼


단지,


멈춰 버린 시계추의 태엽을

되감고 또 감는 것이

시계탑에 서성이는 이유를 찾고자

내게 진정으로 말하고 싶었나요


아니면 그동안

낙화된 마음을 고이 간직한

시간 속의 배회가

그대의 지난 고뇌의 흔적이 되기를

진심으로 남기를 원했나요


툭,


감미로운

스쳐 지난 봄바람 한 점에


그대 알아요


고개 떨구던 회오리 된 기억의 바람에

남몰래 흘린 눈물이 날려

그대 나의 두 뺨에 적셔온 것을 모르고


소스라치며 놀란 마음이

잠시 갈망이 되어 갔던

지난날들에

나의 자화상에 드리운 부끄러운 전운은

그만 온 하늘을 덮고 말았습니다


왜,


나는 진정 몰랐을까요


후회스러움이  가져다준 극치에

콧 잔둥에 울러 퍼지는 기상나팔 소리는


끝없이 펼쳐진

하늘과 맞닿은 광야를 떠돌아

말발굽의 지축을 더욱 채찍질하며

내 온몸을 요동치게 합니다


오밀조밀 밀알이 되어버린 마음들

모래알 유희가 되어버린 유혹들


지난 마음에

떠도는 자욱한 안개 너머에 있을

그대의 잔 여울의 미상에 얼룩진

지난 회고록을 말하고 싶어 합니다


더 이상

들어가지 못할

시간의 틈바구니 속에

그댈 기다리는 시간이 가장 길었다는 시간들


나에게는

아직도

10분의 기다림이 있지만,


그 시간은

아득히 멀리서 들려오는

끝없는 미로 속을 헤매다 지친


기적 소리의 경적만이

나의 귓전에 울림이 되어가는

공허한 메아리 되어 들려옵니다


기차가 영원히

터널 속을 빠져나올 듯이 말듯이 하는

그리움의 끝을 생각치 못하게 하면서

기다림의 표상을 말하고 싶어하는

그대의 마곡은 어디까지 인가요


나에게는 지금

그댈 만나면 10분이라는

시간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용기가 생길 거예요


10분의 기회를 주세요


이 시간이면

빛이 지구를 일곱 바퀴  반을 도는 동안

그대의 눈시울을

붉게 지는 노을보다 더욱더

뜨겁게 달아오를 수 있게 할 수가 있어요


지난날의 사랑은 흔한 사랑이었기에

변할 수 있었지만

예지 된 사랑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사랑이었기에

그대 양 날개가 없어도

날아오를 수 있는 희망이 될 거예요


그동안의 침묵으로만 일관했던

끊어진 기차 레일을 다시 연결해 줄 수 있는

나머지 한 사랑의 마음은


기나긴 터널 끝에 나부끼는 빛으로

충분히 말할 수 있는


그대의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것이

나의 오만함이 아니라는 것을

그대에게 진심으로 보여드리고 싶어요


2021.3.23  덕수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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