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쭉이 피기 전에 우리 만나요

- 철쭉이 지기 전에 우리 떠나요

by 갈대의 철학

철쭉이 피기 전에 우리 만나요

- 철쭉이 지기 전에 우리 떠나요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그대

떠나간 춘삼월이 그리워

잔인한 사월이 왔다고

너무 슬퍼말아요


철쭉이 필 때를 기다리기까지

힘들어하는 것은


비단,

그대 마음보다 제 마음의 무게가

더 무거운 것이

다가올 마음을 붙들고 있어야 한다는

현실이 나를 괴롭히고 있답니다


봄을 처음 맞이하고

싱그러움이 없다고

꽃피고 새가 우는 계절이

이미 지나가버렸다고

너무 외로워하지도 말아요. 그대


지난날

우리 애틋한 사랑이 머물던

아직까지 한 겨울을 간직한

살뫼에서 보낸 지난 시간들


우리를 다가오는

시간 속의 여행으로 떠나오고

우리는 이미

예정된 만남으로 기약되고 있어요


철쭉이 피는 계절이 돌아오면

한 여름 천불동에서

시원스레 발 담그고


너럭바위에서

한없이 꿈결 같은 세상에

잠을 청하던

그때를 우리 잊지 말기로 해요


행여

고운 단잠을 깨우는

계곡의 울창한 폭포 소리도

계곡에서 불어오는

을씨년스러운 바람소리도


그날

우리의 단잠을

깨우지는 못했답니다


너무 오래 걸어서

아파했던 마음들과

너무 힘들어서

고단했던 마음들과

사랑했기에 이 모든 것들을

외면하고 싶어도

오히려 반겨왔던 한 방울의 목 축임과

한 사랑에 갈구하고 배고파했던

즐겁고 행복했던 추억들과


그대

철쭉이 피고 지고 난 후에는

다가올 기나긴

노아의 방주가 기다리고 있다고

걱정하지 말아요


우리 그곳에서

설령,

만나지 못하는 인연이 오더라도

사랑의 증표로 언약은 하지 말아요


사랑은 그 순간

잠깐 머물다간 첫 키스의

마력과 같았으니까요


그 시간이 도래하면 그대

그때는

오고 가지 못하는 신세


우리의 몸은 곧

아일랜드가 될지도 몰라요

그렇다고 너무 염려 말아요


어차피

지나가는 것은 바람

머무는 것은 그대와 나

그리고 다가오는 것은

기다림의 끝을 볼 수 없는 마음이에요


그리고

급류에 휩쓸러 떠내려간

힘없는 잡초들의 마음들의 마음도


더 이상 우리에겐

저 꿈쩍도 하지 않은 바위도

한 여름철에 쉽게 급 물살에

씻기어 흔들려버리지는 못할 거예요


그 힘들었던

백두대간의 공룡능선도

거뜬히 넘나들었으니까요


그대 기억하나요


그날 밤 중청 산장에서

밤하늘 쏟아지는 별들의 향연에

차마 고개도 돌리지 못했던 기억을요


밤하늘 은하수 물결이

저 푸른바다에

다리가 되어주었다는 것을요


그리고 곧 우리는

하나가 되어왔다는 것을요


진심으로 그대를

아직도 기억한다는 것은

그때 마지막 하산길에 나눴던

동해 바다가 우리를 부르는

진한 소주 한잔의 의미를


그날

저 푸른 바다에 던져버린 마음을

아직도 나는

잊을 수가 없습니다

2021.4.8 아미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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