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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Apr 29. 2021

바람 불어 좋은 날에

- 우리 다시 떠나자

바람 불어 좋은 날에

- 우리 다시 떠나자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울퉁불퉁 구불구불

첩첩산중 오지길 따라 떠나는

속초행 버스길은 사랑의 길

44번 국도길은 만남의 길이 되어보자


원주 떠나 5번 국도길로 가는

44번 나들목 지나

7번 국도 접어드는 길목에 멈춰서

예전에 아련히 지나온

그리움이 추억되는 그 길을 보듬어보자


그날의 영상에

너와 나는 한 몸이 되었다


올드 팝송 CD  카세트를 들으며

서로가 맞닿아 넘어온 어깨 선은

우리의 만남을 둘로 나누지는 못하였다


속초 가는 길과 만나는

비가 내리는 날에는

우산을 쓰지 말자


네 온몸에 적셔오는

그리움을 맞이할 수 있을 때까지


속초 대포항 방파제를 쓰러 뜨리는

미지의 파도 너머에 있을

또 다른 이데아를 꿈꾸면서 말이다


그날 밤

장엄한 태풍의 끝자락에서

맞이한 파도가 넘쳐와


다시 우리의

마음을 폭풍우 치게 만드는

저 성난 파도에 몸을 맡겨보자


우리의 길고 긴

짧지 않은

기나긴 지난 여정 앞에


심해 속 바다 터널의 한 자락에

의지도 못한 채 잃어버린 자아에

끝없는 마음이 되어가는

그대와 나와의 왕국을 다시 세우자


빛이 산란되어 찾아 떠나온

어느 뱃사공에 


이야기가 모험이 되어가는

노스탤지어의 향수는 신의 전설이 되어간다


저 멀리 갈길 잃은

외딴 배를 비추는

외로운 등대의 마음을 함께

나누어 보자


네 눈가에 굴절되어

다시 내 눈에 스며들어

우리가 찾지 못한 상상을 꿈꾸고


햇볕이

광열 하게 내리쬐는 날에도

양산을 쓰지 않는



자연과 한 몸이 되어가는

우리의 울타리는

그날에 성난 파도가 삼켜버렸다


내 대신

바람 불어오는 곳으로 떠나도

더 이상 슬퍼하지 않는


동해의 푸른 바다가

네 곁을 영원히 머무를 때까지

떠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우리의 인생

이것이 너와 나의 일생


바람은 네 마음을 안다



바람은 곧

네 떠날 올 때에

이전의 마음이 되어갔었으니까


2021.4.29 들녘을 거닐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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