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불어 좋은 날에
- 우리 다시 떠나자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울퉁불퉁 구불구불
첩첩산중 오지길 따라 떠나는
속초행 버스길은 사랑의 길
44번 국도길은 만남의 길이 되어보자
원주 떠나 5번 국도길로 가는
44번 나들목 지나
7번 국도 접어드는 길목에 멈춰서
예전에 아련히 지나온
그리움이 추억되는 그 길을 보듬어보자
그날의 영상에
너와 나는 한 몸이 되었다
올드 팝송 CD 카세트를 들으며
서로가 맞닿아 넘어온 어깨 선은
우리의 만남을 둘로 나누지는 못하였다
속초 가는 길과 만나는
비가 내리는 날에는
우산을 쓰지 말자
네 온몸에 적셔오는
그리움을 맞이할 수 있을 때까지
속초 대포항 방파제를 쓰러 뜨리는
미지의 파도 너머에 있을
또 다른 이데아를 꿈꾸면서 말이다
그날 밤
장엄한 태풍의 끝자락에서
맞이한 파도가 넘쳐와
다시 우리의
마음을 폭풍우 치게 만드는
저 성난 파도에 몸을 맡겨보자
우리의 길고 긴
짧지 않은
기나긴 지난 여정 앞에
심해 속 바다 터널의 한 자락에
의지도 못한 채 잃어버린 자아에
끝없는 마음이 되어가는
그대와 나와의 왕국을 다시 세우자
빛이 산란되어 찾아 떠나온
어느 뱃사공에
이야기가 모험이 되어가는
노스탤지어의 향수는 신의 전설이 되어간다
저 멀리 갈길 잃은
외딴 배를 비추는
외로운 등대의 마음을 함께
나누어 보자
네 눈가에 굴절되어
다시 내 눈에 스며들어
우리가 찾지 못한 상상을 꿈꾸고
햇볕이
광열 하게 내리쬐는 날에도
양산을 쓰지 않는
자연과 한 몸이 되어가는
우리의 울타리는
그날에 성난 파도가 삼켜버렸다
내 대신
바람 불어오는 곳으로 떠나도
더 이상 슬퍼하지 않는
동해의 푸른 바다가
네 곁을 영원히 머무를 때까지
떠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우리의 인생
이것이 너와 나의 일생
바람은 네 마음을 안다
바람은 곧
네 떠날 올 때에
이전의 마음이 되어갔었으니까
2021.4.29 들녘을 거닐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