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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May 04. 2021

미스 김 라일락

- 등나무 꽃필 무렵쯤이면

미스 김 라일락

- 등나무 꽃필 무렵쯤이면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미스 김

라일락 씨


오랜 향수를 불러일으키듯

그대와 함께 지냈던

그 시절의 향수를 불러들입니다


미스 김

오랫 만이에요

요즘 어떻게 지내셨어요


그렇죠

세월이 많이 변해가니

저 역시

그 강물 따라 흘러가 버렸네요


어떻게 지내셨어요

미스터 갈대의 철학 씨


저는

미스 김 라일락 꽃 필 때를

매년 기다려왔어요


그날이 오면

당신의 향수는 라일락 꽃향기와

같았으니까요


오래전에

남대문 시장을 오가며

새벽을 여는 사람들과

빌딩 숲 사이로

몰래한 사랑이 들킬세라

가슴 저며오며

우리들 사랑을 몰래 키워왔었지요


그러나 또 다른  사랑에

이별 앞에 우리들 사랑은

그리 녹록지 못한 열정이

슬퍼하기도 전에 다른 사랑의 향수를

못내 그리워했으니까요


미스 김 라일락 씨

그대 알아요


당신의 향기는

지금쯤

불어오는 바람의 방향이

동쪽에서 서쪽으로 마지막 봄바람이

불어주기를 기다릴 때쯤이라는 것을요


어느새 라일락을 닳은

당신이 그토록 그리워한

등나무 꽃이 활짝 피어나면


못내 아쉬움에

그대를 생각나게 하겠지만

내가 제일 좋아하는

보라색 꽃향기에 취할세라

곧 등나무 꽃 향기에 잊히게 하기도 합니다

2021.5.1 둔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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