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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May 10. 2021

봄나물 뜯는 아낙네

- 초록에 물든 사랑

봄나물 뜯는 아낙네

- 초록에 물든 사랑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봄나물 뜯는 아낙네여

서풍이 불어오는

오늘 새벽녘에

동이 찬란하게 비추지 않아도

너무 슬퍼하지 말아요


아침이 지는 자리

저녁 석양 노을 물들이듯

봄바람에 햇살이 간간히 비추다 못해

행여 흑풍이 불어와도

노여워하지도 말아요


삶이 그렇잖아요

이런 날 저런 날 있어야 재미가 있듯

마냥 좋은 날만 있으면

슬퍼할 날엔

너무 슬퍼도 울지를 못해요


봄나물 캐는 아낙네여

나물 뜯으려 가는 날

하늘이 파랗다 못해 노랗게 물들어가도

내 마음이 그 마음이 아니란 걸

잊지 말아요


오늘 같이 눈이 부시도록

기쁘고 행복한 날에는

우리 함께  들녘에는 나가지 말아요


산에 올라 봄바람에 잠시

나물 뜯는 그대를 바라보면

금세 봄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

이리 뒤척 저리 뒤척 하는 마음이 일어도

상심한 마음을 갖지 말아요


그 시간은

그대와 나와의 바람이 멈추어

잠시 동안 잃어버린 시간이 되어가도

우리 서로 그날 만은

봄바람 탓을 하지 않기로 해요


나풀나풀 나풀거리는

그대 치맛자락에 노니는 봄바람에

흔들리는 내 마음이 덮여와도


차라리 오늘같이

하늘이 푸르고 맑은 날은

봄나물 찾으러 떠나가는 마음만은

나는 그대를 앞서지는 못합니다


2021.5.9 매봉산 가는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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