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

- 투구와 갑옷

by 갈대의 철학

두 얼굴

- 투구와 갑옷


시. 갈대의 철학[蒹葭]


동그란 네 얼굴

배시시 해맑은 태양처럼 웃는다


짙은 화장에 짙은 향수를 뿌리고

겉에 드리워진

화려한 투구와 갑옷을 언제 드리웠는지

뭐라 얘기 안 해도 늘 제 멋에 취해 다닌다


투구와 갑옷에 둘러싸인

성스러운 성채는
은밀하게 비밀스럽게
외부와 철저히 단절시키며 감추어 간다


평상시 네 얼굴
목과

손만 드려 내놓고
미녀와 야수 처럼 돌아다니다


때에 따라 추울 때 껍데기를 더 감 싸우고

더울 때는 뱀 허물 벗듯이 가볍게 더 벗고

나머지는 휘영 찬란한
투구와 갑옷을 드리웠다


지저분하다는 생각에

얼굴과

손만 씻고

몇 날 며칠을 입고 다니는 옷은 안 빨고

화려한 투구와 갑옷은 드라이해야 하고

귀찮고 돈도 들어가니

또다시 화려한 장식물에 화려한 향수를 풍기며

갑옷과 투구를 더 현란하게 마술을 부린다


그리고

투구와 갑옷에 감추어진 것만을

언제나 깨끗이 하려고 애쓴다

[2018.3.1 둔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