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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에 세끼를 어떻게 다 먹으오

- 사랑도 배부르면 다 먹지 못하오

by 갈대의 철학

한 번에 세끼를 어떻게 다 먹으오

- 사랑도 배부르면 다 먹지 못하오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사랑을 어떻게


단 한 번에 다 드시려고 하오



때에 따라


일 년 치를 저축할 때도 있어야


이자에 복리를 더할 수 있지 않겠소



이렇게 매번 사랑을 세끼 밥 인양


카드 물 쓰듯 이리저리


이곳저곳에서 긁어대면


언제 저축을 하고



아무리 인생이


순간의 즐거움이라지만


때에 따라서는


절제도 필요한 거 아니겠소



나중에 날아 올 사랑 청구서가


결제하지 못하고 리볼빙 해도


남아있는 건 매 한 가지



카드 한도가 남아있어도


아무리 관리를 잘한 들


쌓여가는 것도 매 한가지



지칠 때까지 떼를 쓰고


우는 아이처럼


달래가기를 바라기만 한다면


다가올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게 궁금하지가 않겠소



그날을 위해서라도 널뛰듯이


메뚜기처럼 뛰는 마음은


잠시 접어두어도 괜찮을 듯싶소만



올 겨울에


하염없이 내리는 눈을 맞아도 아프지 않은


눈이 그만 내려달라 하여도


쌓여만 가는 마음에 그때의 마음은


아깝지 않게 내어놓아도 괜찮소



뱃속이


가마솥도


장독도


고무풍선도 아닐진대



한 번에 세끼를 어떻게 다


위에 소화를 시킬 수 있을까


걱정이 들기도 하여이다



어떻게 한 번에


다 받으려고만 하려고 하오


찔끔찔끔 눈치도 보면서


찬스를 잘 써야


미련이나마 건질 수도 있지 않겠소



사랑도 가난해야


그리워서 채워갈 수 있고


배고픔도 가난해야


배불렀을 때를 추억하니 말이오



옛 고향 뛰놀던 빠꾸산에 올라서니


그곳에 가면 철 따라 피고 지는


무릉도원에 피어난 도화 꽃동산에


그때 그 시절에 들려오는 기적소리는



사랑했기에


배고픔도 잊히게 하였고


그리움이 많았기에


지금도 다 채우지 못한 사랑


남기운 사랑이되어 그댈 위해 채우리다



내가 살아가고


네가 기억하는 날까지



그날의 아름다운 추억은


저 유유히


구름처럼 흘러가는 강물처럼


바다가 되어 가는 삶이


그대의 사랑이 되어가도록 하고 싶소


2021.6.13 섬강 & 치악 금대 트래킹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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