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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Jul 09. 2021

비가 내린다

- 마음에도 내린다

비가 내린다

- 마음에도 내린다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비가 내리는 

골목길은

우산을 살짝 들어 걷는 길


가로등 불빛에

아른아른 거리는 마음은

슬픔을 같이 노래하며 걷는 길


우연히 길을 걷다

쏟아지는 소낙비에

앞도 보지 않고 달려가

희미해진 불빛에 실낙 같은  

마음 둘 곳을 헤아리지 않고 걷는 길


피난길 

가로등 불빛 아래가

내 어릴 적 떠나온

그리운 마음의 고향이 되었네


우산을 쓴 듯 안 쓴 듯

떨어지는 

비를 바라볼 때면


내리는 비가

눈처럼 내릴 때도 있었구나

이름다워라


그런데 억울하잖아

만지면 금세 녹아내리니

내리는 눈은 잠시

네 사랑의

체온을 느낄 수가 있어서 좋았어


빨리 녹으면

그만큼 네 사랑이 뜨거웠고

천천히 녹으면

그만큼 내 사랑이 부족하였던 것을

나는 미처 몰랐었네


그런 마음으로

내리는 비를 맞고 싶었어

아니다 그냥

우산을 제쳐 놓아 버리자


아 시원해 정말 그리웠어

기억나니

우산 없이 걷고  또 걸었어야만

하였던 그날들이

촉촉이 젖 셔져 오는  이 느

난 아직도 어제 일처럼 생각나


너를 안고

비에 젖어 스며드는 촉감은

처음에는 차가웠지만

금세 따뜻해졌어


다행히 그날

우리들 응어리진 가슴에

언저리 멍이

사라져 가고 있다는 것을

점점 멀어졌던 마음도

그날 우리는 하나가 되어갔었


비가 그치고

석양이 우리의 마음을 

빨갛게 수놓을 때쯤

더욱 우리 사랑을

붉게 타들어가게 하였지


이렇게 비가 내리는 날에는

비를 맞으며 

옛 추억에 젖어 회상할 때면


그때가 아련한 마음이 들곤 해


그  골목길을 걸을 때면

이렇게 비를 한껏 적시고 

그렇게 뜨거웠던 마음도

내리는 빗줄기에 점점 식어가고 


 사랑도

저 내리는 빗소리에 젖어들 때면

추억 속으로 점점 잊혀 간다


2021.7.8 소낙비 내리는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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