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깨와 참깨
- 내 젊은 날의 향수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들에 들에 사는 들깨와 참깨에게
내 젊은 날의 향수를 고함
나는 나는 들녘이 좋아서
사랑 찾아 행복 찾아 길을 찾아 떠나가는
들에 들에 사는 나그네
찬이슬 맞으며
찬서리 내리는
어느 시월이 다가오면
노랗게 단풍 드는 잎새에
지나온 잃어버린 젊은 날의 청춘도
가을바람에 아픈 상처 씻기 우듯
그 자리엔 언제나 노란 꽃으로 수놓고
버림받아
슬프고 애닮은 자화상이여
내 마음이 노랗게
수놓아 물들어져 가는 것은
어쩌면
네 의지와는 상관이 없어라
비바람에 쓰러질지언정
쌓여야만 아름다울 수밖에
가야 할 수밖에 없는
우리들 인생길
고뇌와 우수에 찬 마음은
어느덧 떨어지는 성숙의 미학에
들깨 터는 계절이 돌아오고
내 마음은
그날에 잊혔던 소시민으로 돌아가는구나
초저녁 석양 사이로 피어오르는
하얀 굴뚝의 연기를 바라보노라면
추억의 회한이 깃든 이곳에서
들깨 향으로 물들어가는 저녁노을을 감상하리라
잊힐 듯이 사라져 가는
오랜 마음의 향수를 불러오지 못한
아득한 청춘의 애환을 깨워다오
들깨의 사랑아
삶의 철학 참깨 사랑
언제나 마지막 화룡점정이 되어가는
떨어지는 한 방울의 미학을 담아보자
내 지남철에 갖은 나물을 실어
이리저리 섞이고 갈라지고 비벼져 가는
비벼야만 아름다울 수밖에 없는 존재여
비빔밥의 인생에
신의 한 수는 언제나
참깨가 살아가는 정석을 배우게 하니 말이다
들깨가 불어오는 바람에
콧잔등을 괴롭힌다
깻잎 하나하나 따다 입에 물고
하나는 손에 들어
이 더위를 부채질하듯 흔들어
물씬 풍겨져 오는
내 오래전 기억 속을 깨어나게 한다
살랑살랑 이는 바람에
가끔은 까칠한 손님 대하듯 찾아오는
깻잎의 향기는
이 더운 여름날에
가을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마지막 관문이 된다
치악 금대리 길에
태양을 마주하고 걸어오는 두 사람
얼핏 설핏 오래전 연인을 만난 듯
지나는 꽃들에 안부 전해주는 척 하지만
매서운 매의 눈초리는
그것을 놓칠 수 없다
사랑
저 멀리 기차 레일 위의
손 뻗어 닿을 듯이 전해져 오는
들깨 같은 사랑
참깨 같은 사랑
애틋한 옛사랑이 걸어오고 있다
2021.8.8 치악 금대 트래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