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마음 다른 사람
- 다른 마음 같은 사람
같은 마음 다른 사람
- 다른 마음 같은 사람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그대
오늘은 기분이 좋은가 봐요
이런 날엔
예전에 들렸던 뜰안에서
그대와 단둘이 오붓하게 소주 한잔 걸치고
지나온 발걸음에 애환을 담아
힘든 발을 서로 위로해주고 싶어요
그러나 지금은
그대 마음은 하늘을
둥둥 두리 두둥실 떠다니고 있기에
제가 현재 해줄 수 있는 것은
그대에게 주어진 시간들을
절대로 빼앗지 않을 거라는 사실이에요
그 어떠한 말로도 위로도
대신해 주지 않아도 되는 오늘
나 오늘은 정말
괜찮아 보이지 않아요
나 말고 다른 마음 같은 사람이
되어주어도
오늘 하루만큼은
이 시간이 멈추지 않는 한
영원히 당신의 시간이 되어갈 거예요
그러니 너무 염려하지도
너무 새초롬 하지도
너무 흔들려버리지 않아도 되는 날이
바로 그대가 그토록 원하던 하루인
오늘이랍니다
오늘 같은 날
그대 곁에 서지 못하더라도
외로워하지 않을 거랍니다
왠지 아세요
그대가 기다리던 오늘이
너무 행복해 보여서요
기뻐서 눈물이 흘러도 아깝지 아니한
오늘 같은 내일
그래서 나의 오늘은
그대가 오늘 같은 날에
어떠한 마음이 되어도
우리 같은 마음
다른 사람이 되어보기로 해요
괜찮죠
어제 같은 오늘에.....
오늘 같은 내일에.....
그대 어제는
속상해서 술을 많이 마셨나 봐요
얼굴에 어제의 기운이 남아
아직까지 울그락 불그락 단풍 물들이듯
술에 찌든 얼굴이거든요
그래서 오늘은
세상에 어떠한 달콤한 언어도
대신해줄 수 없다는 것을 알아요
오늘 같은 날에는
그냥 끄덕끄덕 아무 말 없이
동행에 가까운 벗이 되어주고파요
이런 날은
숙취가 해소될 때까지
우리 같은 사람
다른 마음이 되어가는 것이 서로를 위한
오늘이 되어 간다는 것을
늘 잊지 말도록 해요
2021.8.13 치악 금대 트래킹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