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바람 불어온다고
- 코스모스 하늘 져 춤춘다고
가을바람 불어온다고
- 코스모스 하늘 져 춤춘다고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그대여
가을바람 한 점 불어왔다고
가을이 왔다고 말하지 마소서
나에겐 가을은
그대 가슴에 묻어둔 사랑보다
한 여름 태양 아래 더 뜨겁게 달궈진
나뭇잎 한 잎에 단풍이 곱게 붉게 물들어도
나의 가을은 아니랍니다
그대여
가을바람이라 불러보고 싶은
하늘 져 흔들리는
저 펄럭이며 나부끼는 깃발처럼
그대 치마 나풀거리는 계절이 돌아왔다고
코스모스 한송이 피어나
바람에 이리저리 춤을 춘다고
그대의 가을이라 불러보지만
나의 가을은 단지
가을꽃들이 피어났을 때
가을바람에 흔들리지 말아야 할 것들과
가을을 찾아온 하객들을 맞이할 채비가
아직은 내게서 서투른 마음이 되어갑니다
우린 아직
이 가을을 사랑 하기에
지나온 여름에 성숙되지 않은
미완성의 성충이 나비가 될 수 있도록
가을맞이를 더디 움직여주어야 합니다
나의 가을은 나의 슬픈 가을은
가을비에 젖어들어
처량하게 가을이 떠나간다고 울어 젖히는
고요한 밤에 마지막 귀뚜라미 소리와
만추가 시작되는
어느 산사에서의 깊어가는 계곡에서
한 햇살에 물들어 떨어지는
어느 낙엽의 사연이 돌아올 때
나의 가을을 기억하고 불러본즉 합니다
2021.8.22 비나이다 소양강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