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어의 바람
- 숭어의 노래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동지가 오기 전까지
어둠이 더 일찍 내린다
걸어온 시간만큼
세월은 늙어가고
젊음은 다시 태어난다
무심코 지나쳐 버린 옷깃 인양
우연이 되는가 싶기도 하며
어쩌다 흩어 지나치는 바람결 따라
노니는 저 갈대숲처럼
모질게도 비바람에도 쓰러지지 아니한다
그 지난 여름날의
뜨거움들을 삼킬 때도 말이다
천둥 번개
그리고 낙뢰가 치는
한밤중의 역사가 시작되더라도
우리는 그 숱한 세월 따라 한치도
거슬러 올라가지 아니하였다
마치 숭어의 힘찬 꼬리처럼
그러한 삶은
세월의 노예가 되었고
그 노예의 시간 속에 우리는
허공만 바라보았다
떠나는 것에 두려움과
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교차하는
이쯤에 그토록 무엇을 위해
애정을 쏟아부었는지 말이다
아직도 지지 않은
저 태양 속 그늘 아래선
지는 석양보다 떠오르는
한낱 실낙 같은
한 줄기의 빛바랜 삶과 같이
어제도 그리고 오늘도, 내일도
그렇게 우리는
기다림과 떠나옴에
지루함을 느끼지 못한다
어서 와라 겨울님들여
해 뜨고 해지는
그 계절이 돌아오면
이곳의 지난여름과
이곳의 익숙함이
우려 나는 그리움들에
가다 멈춰버린
시간 속을 넘나들며 헤맨
그 기억 속을 맴돌다 지쳐버린
겨울아
어서 오려무나
숭어의 울음 소리가
저 갈대 숲에 불어오는 바람을
이해할 수 있다면
어쩌면 숭어의 바람은
강을 거슬러 올라올 수밖에 없는
운명을 한탄치 않으리
제 살갗이 찢어지며
부딪혀가는 아픔도
흰 겨울이 다가오면
너의 마음도 진정
얼어 갈 수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