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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나와 순간

- 멍 때리기

by 갈대의 철학

찰나와 순간

- 멍 때리기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우리 인연을 말해요

그리고

인연의 만남을 소중히 해요


우리 그렇게 해 봐요


승용차를 타고 가다

어느 한적한 길에 닿으면

차를 주차하고 걸어가 보아요


그 순간은

이제껏 못 보던 마음들이 열리는

순간이 되어 갈 거예요


가다 쉬다

스쳐 지나는 모든 것들에서

바람에 흔들려버린

어느 나무 잎새의 그늘 아래서

떨어지는 낙엽 한 장에 사연도 들어주고


버스를 타고

바깥 경치에 푹 빠져버릴지 말지를

고민하지 말아요


어느 순간

버스가 덜컹거리면

버스도 쉬어갈 거라 생각하고

다음 정거장에 내려


아름답고 이국적인

알프스를 옮겨다 심어놓은

한 마을에 도착하여

그곳에서 그들이 살아가고 숨 쉬며

시계를 바라보지 않아도 되는

나만의 그대 안에 시간이 되어줄 거예요


기차를 타고

목적지는 있으되 발길은 두지 말며

어느 이름 모를 간이역에 들려

오늘 같이 하염없이 비가 내리는 날에는

우산 없이 내려 어느 이가

우산을 함께 받쳐주고 기차역 플랫폼을 떠나도


한 우산에 점점 좁혀지는 마음이

만들어가는 두근거리는 심장 뛰는 소리에

우리의 사랑이 그다지 멀지 않음을

느껴보아요


걷다 보면 보여요

그냥 멍 때리듯이 걸어요

그러다 어느 한 곳에 셔터가 머무릅니다


그 찰나의 순간을 찍어보아요

몇 년 전 설악산 백두대간 할 때였던 기억이

아스라이 오늘 같이 비 내린 후

운무가 자욱하게 피어났을 때


아 이것이 순간이었구나

모두가 허상이라는 것을 느낍니다


아무리 아름다움도

영원함이 없는 변함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우리는 곧

하나가 되어가는 것을 알아가니까요


2021.9.1 가을비 내리는 치악 동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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