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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라언덕

- 3.1 만세 운동길

by 갈대의 철학

청라언덕

- 3.1 만세 운동길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봄의 교향서 6장 ♡


3월에 피는 꽃은

처음의 마음을 약속한 날


선홍빛 드리운

네 뜨거운 심장과 만나고


햇살에 타들어간

네 마음과 또다시 만난다


청라언덕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너와 나의 바람은

그날에 바람의 인연이 되어

다시 만나리




살갑게 불어오지 않는

봄바람에


네 울부짖는 소리는

늑대에 물어 뜯기는

절규보다도 처절하고


동료애는

피가 물보다 찐하다는 것을


또다시 만세소리에 묻히어

그날의 봄바람에

총탄의 이슬에 쓰러져간

못다 피어난 꽃 잎새에 물든 네 마음


청라언덕 그 언덕 위에는

아직도 그날의 뜨겁던

함성의 메아리가 들려온다


지금 불어오는 준비된 바람의

칼춤 시위에 나부끼는

어느 이름 모를

낙화의 슬픔을 지닌 꽃들의 영혼이여


다시 이곳에서

일찍이 그대들이 불러온

합창 소리는

저 잃어버린 청춘의

자화상에 대한 갈망이며

절망이 희망이 되어가는 소리


유구한 한 역사에

메아리 되어 떠나온 마음이여

흩날리는 태극기에 봉인되어

둘러 메인 거룩한 이름이여


우리는 다시 이곳에서

시작되고 만나는

너와 나는

레일 위를 달리는

꿈속의 목마가 되어간다


그대들의 넋은

저 펄럭이는 깃발에 나부끼며

전장을 누비며 쓰러져가는

전사들의 후예


지축을 울리고

군령을 호령하며 뛰어다니는

말발굽의 힘차게 내딛는 소리에


저 노스탤지어의

영원한 향수는

오로지 죽은 자와 산자와의

만남의 다리가 되리


뱃고동 소리에 맞추어

떠나는 자유

움직이는 저 거센 바다를

헤쳐가리다


뜨거운 피가 역추진 되어 돌고 돌아

떠나온 날

네 심장은 프로펠러의 모체보다도

더 강하고 아름다우며


피가 거꾸로 쏟아 오르고

칼 한 자루에

이리저리 휘둘리며 쓰러지는


총 한 자루에 쓰다만

마지막 묵 한필의 한 점이

온 사방에 튀어 올랐다


한 점은 건乾(하늘)

한 점은 곤坤(땅)

한 점은 감坎(물)

한 점은 리離(불)


온 세상에 복음 되어 전하리


청라언덕 그 언덕 위에

아스라이 들러오는

아직도 잊히지 않고

부러지지 않는 너의 목소리는

봄바람에 실려 떠나와


어느 따뜻한 봄날에

이제는 우리가

이 언덕의 주인공이 되고

목소리가 되어가는


한 발짝 한 발짝 내디뎌 오르는

이 길의 발자취를 따라

그대들의 정기와 혼을 이어가리라


그대들의

숭고한 아름드리 마음이

퇴색되지 않는

불굴의 마음이 되어

너와 내가 손잡아 겹겹이 퇴적이 되고


어느 따뜻한 봄날에

다시 피고 지는

이름 모를 꽃들에게

피와 땀의 거름이 되어 준 너


이듬해 꽃이 피고 지며 떠나간

새들의 고향에서 떠나온

작은 잎새에 물고 날아간

한 청춘에 영혼의 메아리가 부른다


자유여 영원하라

자유여 다시 피어나라


청라언덕에

불어오는 마지막 바람은

언덕에 머물러 식지 않는

그대들의 영원한 안식처가 되어가리


구름을 타고 떠나와

덧없는 마음에 눈시울 적시어

못다 핀 진달래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난 날


그날은 하늘도 울고

땅도 울고

내 마음도 울었다


그대들이여

우리의 자유를 지켜봐 주소서


2022.2.9 대구 청라언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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