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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지워져도

- 눈물의 의미는 지울 수가 없네

by 갈대의 철학

추억은 지워져도

- 눈물의 의미는 지울 수가 없네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진실을 내편으로 만들려면

적을 친구로 삼고


신뢰를 내편으로 만들려면

친구가 아닌 적에게

부지런함을 보이고


우정을 내편으로 만들려면

먼저 마음을 열어

찾아가기를 선행하고


공명정대하게 만들려면

꽃이 바람에 나부끼며

떨어지고 날아가는 이유를

알아가야 하느니


수많은 눈물 중에

네 눈에 고인 눈물의 의미와

떨어져 사라진 눈물의 의미가

똑같지 않고 다름을 알았을 때


많은 것은 지워질지 모를

눈물 한 방울에 새겨진

기억은 지우지 못하듯이


진실의 눈물은


잠시 네 눈물에 머물다 각인된 마음이

떨어진 내 눈물과 만나

봉인이 되어가는 과정일 뿐임을


훗날에 이 자리에 다시 섰을 때

모든 게 부질없는 마음도

눈물의 봉분도


그 누구를 위해 흘릴 눈물도 아닌

그 누구를 위해 지울 눈물도 아닌


다시 태어나는 눈물에

새싹이 돋아 피어나기 위한

마음도 아니었다는 것을


그날 언덕 위에 불어온 바람에

떠가는 구름을 바라보며

미더운 마음 한 점에

덧없이 불어오는 바람에

청허 한 마음을 가졌을 때


비로소 내 마음은

그댈 위한 이 자리에서

다시 아니 흘릴 눈물 흘리 오리다


단 하나의 눈물의 의미는

단 하나의 마음이 되어가듯이

나는 오늘도

그댈 위한 서성일 언덕에서


불어오는 한 점의 바람에 기대 운 채

바람에게 쓰러지지 않는 연습을 하고

오늘도 어릿광대 짓을 위한

연극을 외면 못한 채


철부지 어린 추억을 소환하면

이팝나무 흐드러지듯 바람에 날리운

5월의 보릿고개의 언덕에 서면


아련히 멀리서 손짓하시는

먼발치서 어머니가 생각나고 그리울 때면

아직도 나는

그만 소리 없는 마음의 눈물을

뒤돌아 훔쳐서 울어버리고 말았습니다


2022.5.9 치악산 비로봉 일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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