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넝퀴
인연이 되어간다는 것은
- 넝퀴
시. 갈대의 철학
인연의 골은 골짜기에서 시작된다
마치 깊은 산세 계곡
골짜기의 낙화수에서
한 떨기 물줄기가
큰 골로 애로와 떨어지는 것처럼
계곡의 바람따라 흘러들어가는
메아리가 한층 더
고즈넉한 수양을 드리운다.
인연은 애써 외면하지 않아도 될성 싶다.
가고 오는 것이
세상사 이치라고 하지만
우연 아닌 필연도 아니며,
그렇다고 너무 염려할 필요성도 못 느낀다.
저 하늘의 바람 타고 연줄의 닻을 올려라
잠시 뒤 너의 기압골은 그곳에 매달린 연으로,
아무 쓸모없는 매몰찬 하늘에 맡기었다
연이 다하여 이어질지 모르니,
부드럽게 살짝 끌어당기는
묘미의 기술도 필요하듯이
어설픈 연극의 흉내로
실타래 엉갈퀴 되어 자칫 끊어진다.
그냥 넝퀴들이 넝쿨 되어 자연스레
제 갈 길의 연이 제자리로 찾아올 수 있도록
그렇다고 연줄을 더 길게 늘어 뜨리지 말아다오
까마득히 한 점의 별빛도 아닌,
구름 속에 감춰진 너의 마음이 들킬세라
그리고 미안해할까 봐
구름 속에 내 비취는
너의 뒷모습이 혼란스럽다.
그렇게 인연은 길게 늘여 트려서도 아니 될까
연줄처럼 가깝게 당겨서도 아니 될까
그러는 사이 나도 몰라 순간 찰나
바람 불어 다른 연이 날아온다.
피할 길 없는 그곳엔 어느새 맞바람 되어
다른 곳의 연이 되는 것이
인연의 연처럼 다가온다
바람아 불어라.
더욱더 세게 불어라
내 안에 연의 날개를 달아
너는 더 멀리 날아가고
네 안의 연이 더 세면
나는 끊어지리니
나의 연이 다하면
너의 연줄도 끊어지며
너의 연줄이 다하면
나의 연은 창공을 헤매고 만다네.
그저 아득히 멀리서 지켜볼 뿐이라면서
마치 안갯속을 해매이는 미로처럼 찾아오고
그렇게 인연은 살며시 곁에 다가와
저 햇살이 비추고
안개가 사라지는 날에
인연의 기로는 더이상의
네 몫으로 다가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