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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Sep 14. 2021

근조(謹弔)

-  나무의 일생

근조(謹弔)

-  나무의 일생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나무로 태어나

고목으로 자라서

땔감으로 마감하는 너는


그래도 삶에

기생충 같은 존재가 아닌

모든 이에게  

이로움을 선사해 주고 떠난


이제  이별이라는

찰나의 순간이 온다


나의  끝자락에 놓인

이별의 순간은

너처럼 끝에는 타오르다

한 줌의 재로 사라지는

바람과 같은 인생


저 하늘에 티끌만 한

먼지도 되지 않는 

영혼을 간직한 새들의 낙원인

고향으로 날아간다


우리의 공통점은

한 자락을 불태우다 잿빛에 그을린

더 이상 타지 않는

존재가 되는 거다


그게 너와 내가 둘이었다가

하나가 되어가는 것


근조(謹弔)


이것은

다음 생을 기약하는

또 다른 환생

의식의 행렬


다음 세상에

다시 태어나면

나는 네 대신 못다 살은

고목의 인생으로 환생할 거다


그런 너는

잡초의 인생으로 살아오다

살아갈  나를 보고

비아냥거리고 위로할지라도


누구에게나 짓밟혀도

더욱 강해지는

네 삶의 희망으로

한 번쯤 살아볼 만한 인생 역경 길에


어느 겨울지나

따뜻한 봄날에 피어날

복수초의 마음이

진정 내 마음이었다는 것을

기억해 주려무나


2021.9.12  치악산 영원사 가는 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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