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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Sep 18. 2021

엘리베이터

- 어부지리

엘리베이터

- 어부지리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누가 누가

나의 엘리베이터를 잡았는가


그토록 오래 잡고

타이밍이 신의 한 수가 되던 날

드디어 내려온다

내 누구인지 한마디 하리라


아뿔싸

층층마다 서는구나

벌써 만원이라

조용히 침묵과 정적이 감돈다


거친 숨소리

음 저분이 헐레벌떡하니?


숨 참는 소리

음 그분일지도 몰라

심장의 파고가 적막을 깨운다


자욱하게 안개 드리우듯

은은하게 져나가는

코끝에 감도는 알 수 없는

감촉의 미향


아  어지럽다

몸과 마음이 마비가 오는 듯

엘리베이터 내내

딴생각을 못한다


어느새 1층이다

엘리베이터 맨 앞 줄에 있는 분이

마지막 탄 사람일 거라


어느 포수의 하소연

날아가는 새를 향해 총을 쏘았다

내가 맞췄다

아니야 내가 맞췄다

동시에 서로 이구동성 하네


내심 (內心)


실은

내가 아닌데 말이다


어부지리

도둑이 제 발 저리기 전에

얼른 이 자리를 떠야 한다


앗 저사람이였구나


2021.9.18 강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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