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다

- 탁하다

by 갈대의 철학

맑다

- 탁하다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어렵게 헤매다 도착한 곳에 이르니

물이 너무 맑아 투명하다 못해

거울의 내 모습을 보는 듯 하여

숨을 곳이 없는 이곳엔

노니는 물고기도 없어라


다시 이곳을 떠나

먹을 수 있는 곳으로 찾아 헤매고

이번에는 물이 너무 탁하여

처음 그곳과 대조되니


물이 맑고 깨끗하지 아니하여

숨은 그림 찾기 하듯 숨바꼭질하고

그만큼 물고기가 숨기에 좋은 곳이련만

배고픔 참기에는 인내의 한계가 있어라


이리저리 떠나온 마음에

깨달음을 얻고자 함은 아니지만

마음이 맑아야 생각의 뜻도 깊어

깊은 강물에 흐르는

여울살에 마음을 살피니


그러하다 잠시 뒤에 두고 온 생각이

흐르는 물살에 또다시 흐르고

물이 너무 맑고 투명한 유리병 속 같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마음은

한 물살에 여울 살에 흐르는 강물과 같아라


이윽고 제 아무리

맑고 맑은 신천수 일지라도

그것을 먹기에는 마실 수 없는 거와 겉이


제 물속을 들여다볼 수 없는

탁한 마음과 같아

머물 곳이 못되고 떠나는 마음이 되어

이미 마음은 돌이킬 수 없는

예전의 마음이 되어가더라


2821.10.2 치악 금대 트래킹에서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