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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Nov 04. 2021

만추(晩秋)를 기다리기까지

- 만추(晩秋)가 오기까지

만추(晩秋)를 기다리기까지

- 만추(晩秋)가 오기까지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겨울이 오기 전에 잠자는 나무

떠날 것을 염려하고

다가올 것에 대한 기다림

겨울나무에 인수인계하기로 한다


 스스로 떨어지는 낙엽을

기다릴  필요도 없이 

나뭇가지를 흔들어 깨웠다


엽이 소낙비처럼 내린다

가을나무가 다가올 겨울 채비에

살앓이 하듯 아프다고 한다


하늘에서 천사가 내려온다

바람에 나뭇가지 꼭대기에서

떨어지는 낙엽은

날개 잃은 천사의 날개 깃털이다


중력을 버티지 못하고

가을이라는 바람에 힘없이 나부끼며

더 이상나래짓은 

아무리 무거운 마음도

다시는 날아오르지 못하게 한다


이 가을이 더욱 빨리 가라며

나무를 거세게 폭풍우 치듯

잠자는 나무를 흔들어 깨운다


그래도 떨어지지 않는 낙엽은

다가올 겨울을 위해 남겨두어야 한다


눈이 내리고 쌓여가는 

어느 이름 모를 무덤가에  

이듬해 봄에 피어날 꽃 한 송이를 위해


더 이상의 슬퍼할 마음도 없이

털어내지 못한 낙엽들의 행렬 앞에

오직 매서운 겨울 찬바람만이

마지막으로 어지는 낙엽의 이유를 안다



2021.11.4  치악 동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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