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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Nov 21. 2021

딸랑무

- 총각무

딸랑

- 총각무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냇가에 검정 고무신 배 띄우고

퐁당퐁당 첨벙첨벙 어린 시절 노닐던

미꾸라지, 송사리, 개구리, 올챙이

검정 고무신 싣고 떠나보내며 

지냈던 친구가 보고프보고파


동네방네 소문난 개구쟁이

딸랑딸랑 엄마 찾아 떠난 워낭소리는

저녁놀 지는 집으로 돌아오라소리에


저 멀굴뚝에  

아련한 연기 피어오르면

어머니 먼발치서 어서  기다리던

손짓하던 그리운 마음이 아린 곳


딸랑딸랑 딸랑무 한 접시에 놓인

세월의 약손으로 딸랑 무 집어

둘둘 말아 입에 건네주던 그 약손


겨울 동장군이 밀려와도

엄동설한 추위도 거뜬히 이겨내던 시절에

딸랑무 한 접시에 담긴 어머니의 마음이

그립고 그리워라


방지축 해가 지는 줄도 모르고 뛰놀던

따뜻한 아래 목에 추위 녹이면

속말에 소곤소곤 들려오는 소리는 

우리 아가 자장자장  자장가 소리


꼬장꼬장 덕지덕지 묻혀오던

오늘 하루 시간의 마루에 걸 턱 앉아

밤하늘 별을 바라보며 어린 달빛에 수 놓인

그리운 한 점 떠오르던 시간의 약속들은

어느새 밤하늘 별자리되어 나를 바라보고


추위 오는 군불 가마솥에 세수  떠와

작두 펌프 한 양재기 물 담아  퍼내던 시절은

연신 펌프질 추위에 아량 곳 하지 않아도 되는

온몸 적시며 땟국물에 진자리는

고양이  자리가 되었더구나


깊어가는 겨울밤에

삼삼오오 들려오는 웃음소리는

따뜻한 아랫 묵에 사랑이  피어오르고

세상에 둘도 없는

천상의 낙원이 되어가던 시절에


모든 손은 대접 한 접시에 담긴

딸랑무에 젓가락이 가고

군침도는 총각무 아삭 한입 베어 물면

시원한 김치 국물 떠먹을 때가

행복했던 시절이 좋았었던 그리운 얼굴들


딸랑 좋아하는 우리 아가

아삭아삭 총각무 좋아하는 우리 각시

누가누가 더 맛있게 먹나

냠  냠 소리에 나도 질세라

커다란 알타리 무 덥석 한 잎 베어 물어 보네


2021.11.20 시골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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