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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Dec 09. 2021

삶의 기로에 서서

- 인생의 한가운데 서서

삶의 기로에 서서

- 인생의 한가운데 서서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생의 한 기로에 서서

치악산 한 자락의 운무에 가린 

치마 바우에  걸터앉아


점점 붉게 물들어 멀어져 가는

 지나온 청춘이 그리운

해지는 석양을 바라보았네


문득 떠오른

그리운 얼굴들이

주마등이 되어 떠나가는 날


점점 아스라이 들려오다

어느 벽시계의 시계추는

성당의 종소리에 부딪혀

떠나오고 떠나가는 시간을 잊게 하고


생명의 삶과 죽음

하루에 똑같은 시간 속에

두 번의 기억은


시간 속의 태엽에 감기우다

쫓기어 온 날들에 

한가닥 희망을 걸게 하고


난생처음으로 희미한

잔상들에 보고 싶은 얼굴들이

바람과 함께 실려 떠나오게 하더구나


째깍째깍 째깍째깍

벽시계 태엽 감기우다 풀어헤쳐진 

가르마엔


녹록지 못한

지나온 세월의 흔적들에

소복이 잔설이 내려 쌓여가는

우리들 못다 한

이야기는 전설이 되어가고


시계 돌아가는 소리만이

이 어둠의 도시가 살아있음을  

가냘프게 뛰는 심장소리가

여울살에 걸려

내려 가지를 않게 하더구나


어느덧 내 지난날의

심장 박동 소리에

어제와 오늘이

하루가 멀다 하게 다른


이제와 젊은 날의

자화상을 깨우기에는 

일찌감치 빛바랜 붉게 타들어 가며 

떨어지는 석양

던져버린 마음 하나 품어본다


나의 꿈같은 세월이 가고

나의 사랑했던 춘심이도 떠나가고

나의  스쳐 지난 인연의 만남도

이별 앞에는 그저

청출어람(靑出於藍) 보다도 못하더라


그리고 두 손 고이 떠나보낸

애틋하게 불러보지 못한

그리운

어머니 아버지의 못다 준 사랑도

저 붉은 노을에

타들어가고 말았더구나


떠오르는 것은

태양이었지만

지는 것은

석양만이 아니었다는 것을


인생의 한가운데 서서

뒤돌아 본 하늘에 웃음  한 점 던져보니

저 하늘에 떠가는 구름에 걸려

나를 보고 반기 우듯 손짓을 하더구나


인생이란?

하늘이 늘 등 푸른 고등어 떼처럼

바다를 헤엄치지 않는다는 것을

떠나보면 알 거라는

마음이 이제야 알겠어


바다의 고기들이 

뒤로 헤엄칠 수 없다는 것을 말이야


앞으로 남아있는 못 가본 길은

나의 가야 할 길의 이정표에

물음표를 남겨두고 떠난다는 것은


어쩌면

바다와 하늘이 만나는 곳에

아마도

내가 서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내 삶이 허락한 하늘을

스스로 위로함이거니와

더 이상의 약속은 하지 않는 것이

천명을 두고 떠나온 

탓이라 여기려 한다네


원주 풍물 새벽시장


2021.10.31  간현유원지 & 섬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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