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했기에
- 행복하였노라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사랑은 아무 말없이
멀리서 지켜보는 거라고
가르쳐준 그대
행복이 다가오면
그것에 다가가기 위한
첫걸음의 마음이라고
지난 발자국은 그리움이지
마지막 사랑은 잊어도 된다고
말하던 그대
행복을 위한 행복은
늘 즐거움을 잊은데 있다고
또다시 여기를 찾아온 이유를
가르쳐 준 그대
아마도 그들도
떠나온 향수를 불러들이기에
나를 외면하지 않았을 거라
추억의 한 페이지를 소환했을 거라
여기며 늘 보고파했다고
향수를 불러오게 하던 그대
순간의 모든 것들을
잊기에 부족함은
늘 그대 곁에 머물다 식어버린
찻잔이 되어가도 좋다는
아름다운 사랑의 멜로디를 들려주던 그대
많은 시간 속을 할애하다
묻혀 떠나온 시간 속의 여행이
현실의 그늘막이 되어준 마음 앞에 놓여도
늘 하얀 웃음의 보조개를
해바라기처럼 웃음 건네주던 그대
눈부신 태양의 햇살에
두 눈이 멀어져 가도
행복했었던 지난 나날들이
가을날 퇴색되어가는 이유를
또다시 사연을 잉태하며 가르쳐준 그대
가을이 오면
의당 노랗게 물들인 그대 마음
은행나무 잎새에 누워버린
지난날의 은행나무 침대에선
아직도 못다 할 이야기에
우리들 마음에
떠나온 추억의 회상들
텅 빈 마음의 곳간은
늘 배고픈 늑대와 승냥이들의
대상이 되어가도 좋았던 시절에
공허한 메아리만 아득히 들려온
내 지난 철없던 시절의 첫사랑
귓가에 맴돌다 소용돌이치며
지쳐 쓰러져 가는 나의 자화상에
휩쓸려 떠나가 버린 잃어버린 청춘들
어느 순간 잊혔다 싶은 추억은
불어오는 바람에 별의 순간이 되어
다시 내 귓전에 속삭이며
떠나가는 소리가 까마득히 들려오네
사랑했기에
진정 행복하였노라고
2016.11.8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800년) 2021.10.20 옥산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