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소리

- 가을비

by 갈대의 철학

빗소리
- 가을비
시. 갈대의 철학


나의 오랜 벗
길 벗 배낭아

오늘은 먼길 아닌 먼길 가려는지
평소의 무게보다 하나를 더하니 말이다.

미리 일기예보 덕택에
오래간만에 우산도 챙겨 보고
너의 묵지 함에서 베어 나오는
향수가 그리워지는 날이구나

비가 내리네
이 비를 맞고 싶은 날이다.
그래서 배낭 속에 우연인 줄 알면서도
우연이 아니길 바랬었는지 모른다

너무 애지 중지하던 탓에
그날따라 접이 우산은 펴지지 않은 채

빗속을 뛰는 사람과
신호가 바뀔 찰나 건너는 사람과
서로의 바쁜 동선이 가져다주는
복잡 미묘한 움직임이 이채롭다

내리는 빗속을 거니는 사람들
하루를 마감하고
늘 아닌 어쩌다 타며 기다려주는 버스가
고마울 따름이다.

비가 내려 우산을 펼칠 사이도 없이
정류장에 신호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버스
기다리는 이의 지루함이 무색할 정도로
달리고 뛰어간다

그 사이 내리는 비는
어둠 속에서 더욱 세차게 내리고

빗소리에 젖어
또다시 내 몸도 젖어 간다.

그나마 가을, 겨울비가 아니어서 다행이다
내리는 비에 추웠을 테니까

하루 일과가 고되었는지
세차게 내리는 빗줄기에

머리도 적셔보고
내리는 빗물에 얼굴도 씻겨 보고
두 어깨 사이로 짊어진 배낭은
점점 비의 무게에 가위눌리듯 짓눌러 간다

나의 짧지만 않은 인생길이
두 다리에 폼생폼사 하고
달리는 버스 창가에 기대 보며
내리는 비에 젖은 몸을 달래어가니

또다시 갈아타는 지하철에 훌훌 빗물 털어버리고
마지막 남은 고개를 오르는 내 마음이
그대 마음에 젖어 다시 내 안에 젖어간다

비야 더욱더 세차게 내리려 므나
내 마음이 내리는 빗소리에 들키지 않게
조용히 내 님에게로 다가갈 수 있도록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내 눈물이 내리는 빗물에 한없이
함께 내릴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