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봄

- 운악산

by 갈대의 철학

작은 봄

- 운악산


시. 갈대의 철학


산이 있으매 그대가 있는 것도 아니오

그대가 그곳에 있어 내 발길을 찾아

다시 떠나오는 것도 더욱이 아니라오


산이 그대라면

그곳에 그냥 있어주길 바랄 뿐이오


그럼 난 그대의 바다가 되어

산을 뫼처럼 이고 가리다


구름이 그대라면

바람따라 갈대 짓 노 저어 가려하오

난 바람이니

그대 거처하는 곳이 어디든지 상관없소


이미 그대와 난

산 같이 높은 기운과 이상을 간직하여

구름 속 세상을 품었으니


바다 같이 넓은 마음과 깊은 사려심으로

엄마 품속을 늘 간직한 그대가

옆에 기다려주기 때문이오


산이 있어 그대가 이어왔으매

산이 있어 그대의 질끈 동여맨

두 다리가 되어 주고 싶소


산에 가고파 산이 되어 산인이 된다 하여

산에 살고파 뫼산에 묻히 오리이까


그대의 산이 좋아라

신선이 되어 멱을 감으리이까


가는 길목마다

화사한 들꽃들이 어서 반기니


그대의 웃는 얼굴에 반길세라

재 너머에 있는 구름도

이름 모를 이에게도 인사를 건네주오


새벽을 떠나온 이 길 따라

동녘을 바라보며 찾아온 이 길 따라

그대가 기다려온 여정길이었으면 바랬소이다


아침은 일찌감치 빗장을 두드리니

정신이 없는 것은

비단 그대의 족두리도 아니며


새들의 지저귐과

닭장 속의 무리들과

저 마다 아침을 맞이하느라

분주하기는 매 일반 그지없소이다


웬 사연들이 그리도 많은 게야


운악 길 구비구비 돌아서다 보니

구름은 온데간데없고

운무만이 능선에 새 하얗게

하얀 백 띠의 보조개를 두르니 말일세



운악의 봄

두 가지 마음에

두 가지 사랑을 지녔다지


치마를 두른 듯 아니 두른 듯이

병풍이 쳐지고 드리우고

그곳에 숨어버려 산속에 묻히고


바람이 나풀거리면

보일 듯 말듯이 살포시 내 비취는

그대의 미소가 떠오르며

구름에 실려 떠나니 말이오


그곳에 가면

그대의 숨결 찾아

먼산을 아직도 멍하니 바라보는 것이

이제는 여린 한숨만이 메아리 되어 울리지 않겠소


허공의 메아리처럼 말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