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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Dec 20. 2021

포기(抛棄)

-  한 햇살의 인생

포기(抛棄)

-  한 햇살의 인생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하늘이 허락한 마음은 

어떤 마음이며

어디서부터 시작이 되었소


하늘이 태어나고

내가 태어나고

하늘이 꺼져가고

네가 떠나가니


내가 이 세상에 한 빛으로 태어나

 햇살의 마음에 품음을

어찌 포옹이라 말하려 해야 하겠소


빛으로 빚어서 태어나기까지

어느 이름 모를  햇살의 무게에

내 이름 석자 달아보고


하늘에 뜻을 두었으되

한사랑을 따르고

하늘의 마음을 읽었으되

한 가슴을 품었으

하늘의 기운을 받았으되

한길에 한뜻을 지녀야 함을


왜행성에서 날아온 빛 하나에

금세 사라져 가는 마음의 등불을

밝히려 하였지만

그만 그 무게의 저울을 달수가 없음을

그 모든 것을 신의 섭리라 여기면


한쪽은 날아온 빛의 무게를

다른 한쪽은 떠나간 빛의 무게를

나는 이 둘의 무게를

신의 저울에 맡기기로 하였소이다


찬연했던 빛도 순간이었고

내가 아직 빛으로 남아있는 건

꺼져가는 한 불빛에

영혼을 담아놓아서야


그제야 깨달았소

빛은 곧 생명이었고

탄생이었다는 것을 말이오


그랬소이다

어느 한분은 빛으로

나를 밝히셨고

그리고 한 햇살의 고향으로 떠나셨으니


이제와 뒤돌아서 보니

하늘이 내게 한 햇살에 눈이 부셔

두 눈 바라보며 지끈거린다면

차라리 햇살을  

구름을 미워나 하지도 말라하지 않았겠소


구름 뒤에 숨은 또 다른 마음을

더 이상 바라볼 수가 없는 게 

더 낫다고 하면서 말이오


그것을 나는

하늘이 내게

포기라는 것을 가르쳐주었을 때

그때야 알았소이다


절망이란?

포기했을 때

한 햇살이 내게 떠나온다는 것을


그리고

떠나온 빛이

다시 되돌아갈 때는

다시 절망이 찾아온다는 것을


포기된 마음은 이미

한 햇살에

구름이 나를 유혹하면서

세상살이가 시작되어갔던 거라 보오



2021.12.19  치악산 성남  가는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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