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년생
- 첫 발자국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오늘도
명동성당 길을 배회하다
늦깎이 가을을 맞이하였습니다
사회 초년생 일 때
그렇게 푸르던 느티나무도
제 수령을 아는 듯
찬바람 섞인 가을바람이
못내 서운한가 봅니다
마지막으로 떨어지는 낙엽에
하늘을 들치면
오색 하늘은 온 데 간데없고
제 하늘을 바라다볼 수가 있을까
아쉬움이 남습니다
소리 없이 떨어지는 낙엽은
그대 발자국에
시나브로 부서지고 맙니다
추워 올수록 성당의 언덕은
바람과 어둠이 드리우지만
가끔은,
오는 이의 외로움을 달래듯
인적의 발길이 뜸한
초 저녁 가을이 주는
귀뚜라미 풀벌레 우는 소리만
애잔하게 들려옵니다
그곳에
첫눈이 내리면
만사 모든 것을 제쳐두고 달려가
첫 발자국의 그리움을 안기렵니다
어느 가을 날에 명동성당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