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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Feb 27. 2022

내 몸에 기생충이 있다   

- 공생과 기생

내 몸에 기생충이 있다   

- 공생과 기생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  봄의 교향서 7장 ❤️


봄이 오는 길목은

늘 초심을 기다리는 마음


봄에 물드는 언덕은

지난겨울에

동면의 허물에서 벗어나는 마음


봄에 피는 꽃은

내 마음 야속하게 한

이리저리 봄바람에 흔들리며 떠나는

야생화 마음을 닮은 그대였고


아지랑이 피어오를 때마다

피어나는 꽃들에 시샘을 더한 듯

다가올 봄바람에 나부끼는 치마는

마지막 피어날 꽃 한 송이를 품는다





나는야 물려받은 재산도 없네

태어날 달랑 바지 앞 소매 한 자루와

세상 타령에 가리 막이 전부일세


누더기 걸친 옷 한 벌 있으면 되오

내게 줄 얄팍한 자존심에

각을 세워 주어도 좋소


버리지도 말고

차디찬 마음이 들거든

야속하다고도 말하여도

좋으리오


함께할 녹일 마음일랑 하여

한 점 남아있거든 


덥석 안아주는 마음이라 고이 여겨

못다 채운 우리들 긴 여정길에 남겨둔

돌아선 눈물 머금은 마지막 잔으로 채워

귀하디 귀한 정성을 담아 드리리다


가을 잔가지 흐트러진 마음이 

다가오면

송이송이 매달린 눈꽃송이는

이듬해 그 자리에 다시 피어날

너울너울 춤추는

파도가 되어갈 터이고


사랑하는

나의 부모님


오래된 것과 오래되지 않은 것의 차이

새로운 것과 새롭지 않은 것의 차이

지나간 것과 지나가지 않은 것의 차이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것의 차이

사라지는 것과 사라지지 않는 것의 차이

영원한 것과 영원하지 않은 것의 차이


배고픔과 배고픔의 차이가

아닐 때의 차이라며


그리고

내 몸속에 평생을 같이한

공생 같은 기생충들은


나의 고향 그리운 부모님 품속

그 속에서 삶은 늘 진화하고

퇴색되지 않은 마음의 공간이었습니다


모질 태풍 불어와도

몹쓸 창과 칼이

하늘에서 비처럼 쏟아져도

늘 방패가 되어준

그리운 언덕 위에 집 하나만

있어도 좋았던 시절에


그리 넉넉지 못한 살림살이에

비바람을 막아줄 살고 계셨던

초가삼간 아름다운 마을에는


앞에는 개울물이

쪽빛보다 아름답게 흐르고

뒤에는 큰 산들이

병풍처럼 우뚝 솟아있고

철마다 이름 모를 꽃들이

늘 피고 질 때면

여름을 알리는

소쩍새가 울 어제치던 시절에


몹시도 어려웠던 소싯적 시절은

먹을 것도 흘릴세라

떨어진 먹거리에

또 다른 흥밋거리의 온상과 잔상들로

가득 넘칩니다


철분에 좋다

영양분이 풍부하다

털어서 먹기도 급급해


이구동성 먹거리 떨어지는 날에는

너와 나는

먼저 손이 가는 것이

동병상련이 되어가던 아득한 추억들


덕분에 나의 오장육부에는

공생과 기생하는 벌레들로

늘 충만하고


뱀 같이 기다란 회충들이 즐비해

또한 이것을 논 밭에 뿌리면 거름에

배추, 상추, 오이, 호박…에 범벅이 되어

또다시 회자되어 선순환이 되어 가는

아득하고 아련했던 옛 추억들이여


밤낮없이 함께 뛰놀던

그 동무들은 지금쯤

어디서 무엇을 하며 지내고 있을까?


서로 공생과 기생을 한지도

어언 해가 바뀐 지가 수십 해가 지났거늘

아무리 배고파 먹어도 살이 찌지 않아


하루 삼시 세 끼 간식까지

주야장천 들어가는 길은 하나

나오는 길도 하나인데

그리하면 졸라맨 내 허리띠가

풀어주는 매듭을 지으리오

그리 어찌 이리 배가 꺼져가오


저녁 어슴프레 잠 못 이루는 

별빛이 내려와기약 없는 밤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기도가 되어갔었소


남몰래 기도하는 밤에

어디서 구해오셨소

기생충 약을 먹고 잠을 청하니

왜 이리 뱃속이 난동 질이오


다음날 동쪽 눈이 번쩍 뜨여

일찌감치 달리기 신호를 기다리듯

해우소 하나에

시골인지라  낯선 이도 드무네


어허 궁상을 맞네 그려

풍채만 한 곰 같이 우뚝 솟은

지나는 구름에 달그림자 내비치고


아이고 무서 봐라. 호랑이다

바지 꼬랑이 올릴 사이도 없이

이 밭 저 밭 이산 저산 줄행랑이

뉘 말인가 말이다

그 누가 내 마음을 알리오


드디어 올 것이 왔도다

드디어 묵은 체중이 내려가는구나

대장이 용트림한다

용광로에 쇳물이 흘러내린다


희로애락을 함께 나뉬던 친구들이여

슬퍼할지언정 노여움은 걷어다오

공생과 기생들이 모두 박멸되었도다


곧이어 오장육부가 실룩거리고

다시 옛 모습을 찾게 터이니

그러하면 그대도 비장의 무기도

곧 장막을 걷으리오


나의 몸은

내 것도 아니오

나의 마음도

내 것이 아니로세


어느새

피고름에 찌든 좋은 냄새가

역겹고 진동하니


옛 서말에 보배를 꿰어 드리이까

그날에 변소 덮게도 언감생심 이요


그래도 야외인지라

흔적은 지을  없어도

그 진한 썩은 냄새는

하늘로 올라가리니


입과 대장은

한 몸  한 길이 아니겠소

먹은 음식 따라 나오는 길도 

당연히 하나가 아니리오


나의 몸에 들어가는 길도 하나이니

나오는 길도 하나이면 충분하오


그렇지  못할 사연이 남아 있거든 

행여나 선자는 되지 못할지언정

혹여 악자는 되지는 말아주


어떠한 것을 풍미함에 있어

아무리 좋은 음식이라

맞지 않으면 

냄새가 독할 것이오


아무리 거친 음식도

내 마음에 찰떡궁합처럼 맞으면

금수강산 삼수갑산 다 헤아린 음식도

필요 없게 될 터이니 말이오


손에 젓가락이 가는 길이

이리도 험난함을 예고하듯

밥상 위에 놓인 찬들이 리도 멀리 있으니

내 어찌 살아온 인생보다

남아있는 여생에 여력을 더할 것이오


향기도  

냄새도 같이 먹는다는 것을

늘 가슴에 잊지 말으오



2022.2.27  풍물 장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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