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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Mar 08. 2022

봄 볕

-  생강나무  피어날 적에

봄 볕

-  생강나무  피어날 적에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봄 볕에 피어나지 못할


네 운명을


서러워 탓하지 마라



봄이 온다고 모든 꽃들이


아양과 교태를 부르며


피어나는 것이 아니다



따스한 양지에 피어난 꽃대에


내 마음 흘리고 흘기는 너를


바라보지 않을 수가 없나니



해마다 철 따라 돌아오는


계절이면


언제나 어머니 젖가슴 그립던 마음을


너는 익히 알고


먼저 꽃몽우리를 피웠다



주변에 아직


겨울 설잠에 깨어있지 않은


또 다른 세상에



너는 내게


겨울의 끝자락과 초봄 사이에


피어나지 못할 운명을 타고


태어났어야 하는 이유를


내게 굳이 묻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너의 그 고운 자태에


난 그만 넋을 잃고


숙연해졌더구나



봄볕에 그을린 네 모습에 반하여


고개 삐쭉 내밀면


어린 네 순정을


나는 아직 받아줄 여력이 없는 마음을


너는 이해하여만 한다



그렇다고


빨리 피어나서는 아니 되리



그 누군가의 침략으로


너의 그 고운  순결과 순정을


빼앗길 수 없으니 말이다



나는 너의


그 곱디 고운 수줍은 얼굴을


몹쓸 침략자로부터


지키며 수호하리니



태양의 햇살 아래 내리 쪼이는


장난으로 인해


따사로운 봄 볕에 그만


봉긋 피어나는


네 모습을 바라보게 되면



그때는 너의 마음이


진정 한 떨기 꽃을 피우기 위해


그 긴 겨울을 이겨냈으리라



그 달가운 마음을


포기하려 하지 말어라



생강나무 꽃 필적에 피어난


내 마음 하나는


언제나 네 곁을 지키는


수호천사가 되어가리


2022.3.8  옥녀봉에서 생강나무 피어날 적에 피어난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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