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볕
- 생강나무 피어날 적에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봄 볕에 피어나지 못할
네 운명을
서러워 탓하지 마라
봄이 온다고 모든 꽃들이
아양과 교태를 부르며
피어나는 것이 아니다
따스한 양지에 피어난 꽃대에
내 마음 흘리고 흘기는 너를
바라보지 않을 수가 없나니
해마다 철 따라 돌아오는
계절이면
언제나 어머니 젖가슴 그립던 마음을
너는 익히 알고
먼저 꽃몽우리를 피웠다
주변에 아직
겨울 설잠에 깨어있지 않은
또 다른 세상에
너는 내게
겨울의 끝자락과 초봄 사이에
피어나지 못할 운명을 타고
태어났어야 하는 이유를
내게 굳이 묻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너의 그 고운 자태에
난 그만 넋을 잃고
숙연해졌더구나
봄볕에 그을린 네 모습에 반하여
고개 삐쭉 내밀면
어린 네 순정을
나는 아직 받아줄 여력이 없는 마음을
너는 이해하여만 한다
그렇다고
빨리 피어나서는 아니 되리
그 누군가의 침략으로
너의 그 고운 순결과 순정을
빼앗길 수 없으니 말이다
나는 너의
그 곱디 고운 수줍은 얼굴을
몹쓸 침략자로부터
지키며 수호하리니
태양의 햇살 아래 내리 쪼이는
장난으로 인해
따사로운 봄 볕에 그만
봉긋 피어나는
네 모습을 바라보게 되면
그때는 너의 마음이
진정 한 떨기 꽃을 피우기 위해
그 긴 겨울을 이겨냈으리라
그 달가운 마음을
포기하려 하지 말어라
생강나무 꽃 필적에 피어난
내 마음 하나는
언제나 네 곁을 지키는
수호천사가 되어가리
2022.3.8 옥녀봉에서 생강나무 피어날 적에 피어난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