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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Mar 30. 2022

달(月)과 해(日)의 마음

- 같은 마음 (회답回答)

달(月)과 해(日)의 마음

- 같은 마음(회답回答)                                     


                                            시. 갈대의 철학[蒹葭]



달이 지는 언덕 위에

나와 그대

어깨에 나란히 기대 운 채

말없이 앉아 한 곳을 바라보았다


지나가는 달에게

달에게 물었다


달아

네가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것이 무엇이고

살아가는 이유가

누구를 위한 것이냐고


달이 회답(回答) 해 주었지


난  이 세상에서

달이질 때 가장 슬프고

그러나 누구를 위해

살아가지 않고

그렇다고

희생과 헌신도 하지 않아


단지 사랑하는 이에게

가는 이 길이 무엇이냐고

다시 물으면

더 이상 헤매지 못하도록

더 밝게 비춰주려는 것뿐이라고

말하고 싶어


그런데

한 달에 딱 두 번은

내가 그 자리에 없을 수 있어


그러나

염려할 필요는 없어

한 달에 딱 두 번은

너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더욱더 큰 웃음으로 기다릴 테니까


달이 언덕 위에 떠올랐을 때 마음이

석양의 지는 마음이라면

달이 언덕 위에 졌을 때 마음이

태양의 떠오르는 마음이라면

달이 언덕 위에 숨었을 때 마음은

누구의 마음일까




해가 뜨는 언덕 위에

그대와 나

서로의 머리를 맞대고 나란히 앉아

말없이 같은 곳을 바라보았다


떠오르는 해에게

해에게 물었다


해야

네가 이 세상에

가장 기쁜 것이 무엇이고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

누구를 위한 것이냐고


해가 회답(回答) 해 주었지


난 네가 지는 달을 보며

슬픔을 아파하지 않고

달이 지면 해가 떠올라해


가지면 달이 차 올라

이 세상에 네가 존재하니

내가 있는 이유라고 말하고 싶어


그래서

난 누구를 위해 살아가지도 않지만

누구를 위해서 기다리지도 않으니

나의 존재는 영원히 없는 거야


다만 사랑하는 이에게

다가오는 이 길에

언제 떠나왔었냐고 물으면


오래전 너를 품었던 마음을 두고

더 이상 갈팡질팡 얽매지 못하게

저 뜨거움의 태양에

토해낼 수 있는 용기와 마음을

줄 뿐이라고 전해주고 싶어


그런데

난 흐리거나 구름이 있으면

언제나 그 자리에 없을 수도 있어


그러나

염려할 필요는 없어

1년 열두 달 365일을

한 번도 거른 적이 없이


늘 네 곁에

그림자처럼 따라다녔지


너를 기다리는 마음이

더욱더 큰 희망으로 다가갈 테니까


해가 언덕 위에 떠올랐을 때 마음이

달이 지는 마음이라면

해가 언덕 위에 졌을 때 마음이

달의 떠오르는 마음이라면

해가 언덕 위에

실루엣처럼 남았을 때 마음은

누구의 마음일까


한반도

2017.7 5 원주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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