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 똬리와 물동이

by 갈대의 철학

어머니

- 똬리와 물동이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어머니

초가삼간 너와집에

우리 어머니 날 낳으시라

추운 엄동설한에

어찌 견디었소


그믐달 밤에

부엉이 울음조차 없는

삼각지 산 정상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내 울음도

고요한 숲 속도 거두었소


세상에 태어나기가

날 낳기보다도

태어난 내가 더 힘들었다 하니

세상에 그 많던 진실을

누가 어이 믿겠소


세상에 그 무엇보다 소중했던

한 사랑이 나를 떠나고

내가 다시 그 자리에 섰을 때

하늘 한 번 올려다보니

그리운 이 덧없는 구름 타고

나를 손짓하고 떠나 가더이다


어느 낯선 이의 밤 꿈속에 나타난

그림자가 나를 불러 외쳐보아도

길 잃은 마음 돌아갈 길 없는

옛 설움만 가득 넘쳐나니 말이오


오월의 눈부신 햇살에

하늘을 바라보노라니

어머니의 옥동 색 저고리가

눈에 선하요


다가올 여름이 오면

뻐꾸기 뻐꾹뻐꾹 울어대는

짙어가는 여름날이 오면

우리 어머니 산소에도 못다 부를

청춘가를 대신 불러주고


무더위 장마가 시작되던

한 두 방울 떨어지는 소낙비에

어머니 머리에 이고 지고 갈

똬리 줄을 입에 물고


내리는 빗줄기에

물동이가 찰랑찰랑 넘치듯 흔들릴 때면

그때 달려가지 못해 손 잡아주지 못한

아직도 그 마음이 애태워

가슴이 애이고 저려옵니다



2022.5.14 시골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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