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그네
- 나그네
詩. 갈대의 철학
나는 그대이지만
그대를 바라보는 나는 이방인이요
그대를 잠시라도 옆에 있지 아니하는 나는
먼발치에서 사시나무 떨듯 바라보며
그대를 조금 안다고 하는 나는 이방인이요.
그대와 함께 가는 곳이 우산 속이 아니더라도
빗속을 거닐 수 있는 용기를 지닌 나는 그대의 이방인이요.
바람이 불면 불어오는 대로
물이 흐르면 흘러가는 대로
잠시 머물다 가는 철새처럼
언제 못 돌아올 기약 없는 모태의 본능이 있으면
그대 소식을 갈망하며
올망졸망 미덥지 못하는 나는 그대의 이방인이요
내가 그대가 될 수 없듯이
그대 또한 내게 기억되지 않는 이방인이요.
네가 나를 지울 수 있는 것처럼
우리는 언젠가는 얼핏설핏
아련한 동심의 그림자 여울처럼
지나가다 스쳐 인연이 되는
나는 나가 아니듯이
그대는 그대가 아니듯이
나는 그대이며 그대가 나 인듯한
오늘도 나그네의 이방인이요.
2015.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