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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Aug 04. 2022

바다와 파도

-  춤추는 노스탤지어

추자항구

바다와 파도

-  춤추는 노스탤지어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너는 아니

파도가 춤추는 이유를


바다가 그러데

  조용히

이것은 비밀인 거야


파도가 잔뜩 성이 나있을 때

말을 들러주어야 해

그래야 엿들을 수가 없거든

너한테만 비밀을 알려주는 거야


실은

파도가 하루도 빠짐없이

들쑥날쑥하는 것은

파도가 춤추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파도가 너울너울 실거리는 것은

저 바다가 성이 잔뜩 나서

대신에 화풀이를 하는 거래


바닷속은 늘

언제나 한결같은

어머니 품속이라는 것을 알지만


내심 바다보다 더 넓은 마음은

파도가 다 안고 뭍에 올라와서

무너지는 거야


너는 아니

겨울바다보다

봄바다가 더 못난 것을 말이야


겨울바다는 그랬어

하늘에서  내려주는 마음을

고스란히 아무 이유 없이

모두 아낌없이 받아줄 수 있다는 것을


봄바다는

봄을 기다리는 마음 앞에

언제나 파도는

네 것이 아니었다고 말이야


왠지 아니

봄바람이 불어주어서 그러는 거야

바다에 따스한 바람이 불어오니

그 성난 파도도 어쩔 수가 없었던 거야


그 넓디넓은 바다의 마음도

파도를 아우르고

잠재울 수가 없었지 뭐야


파도가 치지 않는 파도 없을 거야

그래야

매일 바닷속 마음이 깨끗해지는 이유를

파도만이 안고 갈 수밖에 없는

슬픔을 달래줄 수가 있는 

유일한 한 사람을 위한 한 사랑처럼


그래도 난 괜찮아

바다와 파도는

떼어내야 뗄  수가 없고 헤어질 수 없는

한마음 한 몸이 될 수밖에 없는 사연을

너는 아니


그것은 말이야

바다가 우는 것을 파도가 대신

몸부림쳐야만 한다는 것을


바다가 마음의 심장이라면

파도는 마음의 생각과 같은 것일 거야


춤추는 파도는

늘 바다가 춤추기를 바라는

저 어느 돛단배의 깃발에 나부끼는

노스탤지어 꿈을 싣고 떠나가는

배의 마음이 되어가는 것처럼 말이야


제주 추자도 조기매운탕

2022.7.27 제주 추자도 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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