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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Aug 07. 2022

인생은 반달

-  사랑은 달과 같은 것

제주 함덕해수욕장

인생은 반달

- 사랑은  달과 같은 것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반을 살아온 당신

생의 첫 마음이

생에 반달이 되어준

오늘날


저 달을 따다

열두 마음을 담고

그대 마음에 궤어

당신 목에 걸어 주네


첫 번째 구슬은

그대를 처음 만났을 때

간직한 마음이며


두 번째 구슬은

그대에게 손을 건네어

손잡아 함께 걸어가던 길이며


세 번째 구슬은

그대와 첫 여행 가게 되던 날


작열하는 태양의 눈부신 햇살에

두 눈 질끈 감고

사이먼 앤 가펑클

'Bridge Over Troubled Water'

흘러나오는 노래에


서로의 귀에 꽂은

이어폰에 전해져 오고 느껴오는 감률에

사랑은 진일보되어 가고


네 번째  구슬에

미시령 길 구비구비 돌고 돌아서

저 멀리 바다가 보이는

그날의 하늘은 폭풍우가 치는

바다를 잠재우지도 못했다


다섯 번째 구슬을 꿰어

대포항 방파제를 넘나드는

파도야


오늘 밤에는

천둥소리에 잠옷 이루는 

아니야

네가 뭍에 거세게 쓰러지는

소리에 잠을 설쳐가는 눈 내리는

겨울밤이 찾아온다


여섯 번째 구슬을 맞추고

방파제에 부딪혀 산산이 부서지는

네 모습을 바라보면서

우리의 사랑을 위한

부딪혀온 술잔도 산산이 부서져 온다


일곱 번째  구슬에

하늘의 마음을 달랠 길 없어

위에서 내려오는 빗줄기에


우리의 우산은 하나

우리의 마음도 하나

우리의 사랑도 하나


더욱 거세게 밀어붙이는

하늘과 바다와 대지와

신들린 신들의 노여움들은  일찌감치

떠나온 마음 앞에 둘 아닌

하나일 수밖에 없었다


여덟 번째 구슬을 캐어 보면서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많은 우리는

세상의 마음을 8자로 하기로 하고


아홉 번째 구슬을 엮어서 가고

폭풍우에 휘말려버린

우산 속 우리는

이미 몸과 마음이 젖어져 가고 있었다


열 번째 구슬에

밤의 어둠을 지켜내는

10번째의 에밀레 종소리가 울리고


시간과 약속의 피날레에

사랑과의 전쟁의

포효하는 소리가  들려오면


우리가 이겨낼 수 있는 것은

단지,

희망이자 꿈이  현실이 되어가는

그날 밤에 맺어진 언약식이었다


열두 번째 구슬을

일찌감치 예단하지 못한

우리의 만남에

인연은 결코 우연이 되지 않는 순리를

순수히 받아들여질 때


그날 밤

동해바다에 내 모든 것을

폭풍우 치는 바다에 던져버린

아수라의 잔인한 사랑의 열매는

저 거대한  바위를 집어삼킨

바다가 늘 그래 왔듯이


그날에

우리가 던져버린 전라의 마음도


하늘이 알고

대지도 알고

바다만 몰랐다


그날에 거대한 파도가 갯바위에

부딪혀 오는 아픈 마음은

우리만이 알게 된 진실이 된다


인생 육십갑자에

서슬 퍼런  날들에 잘려버린

한 인생의 파노라마는

그렇게 다시 시작되고


떨어진 낙엽들은

지난 마음이 늘 앞서갔지만


다가서는 마음 앞에

나머지 반을 채워줄 반쪽은

다음날 아침에 해뜨기 전에

나를  깨우는  자명종 소리보다는


어제의 잔소리에 살아가는 이유를

알게 해 준 너를

아직도 사랑하기에

너의 모든 것을 기억하고 사랑을 할 거다


"일어나  해 뜨려고 해"

벌써 동산에 당신의 눈썹처럼

떠올랐어


자기야 일어나!



제주 함덕해수욕장
청고등어
거북손 따다
고등어 쌈
한우+삼겹살

2022.7.28 제주 함덕해수욕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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