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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Aug 10. 2022

사랑의 숨바꼭질

- 사랑의 저축

인천 영흥도 장경리해수욕장 일몰

사랑의 숨바꼭질

- 사랑의 저축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꼭꼭 대문 잠그듯

마음의 빗장에

문을 다시 잠그는 그대


간을 보는 것이요

노크를 기다리는 것이요


아니면,

몰래 숨어서

나의 동태를 엿보는 것이요


다행이면 다행이랄까?

당신의 사랑한 마음은

그 증거로 내 마음에 고이

사랑의 저축에

금고가 되어주는 구려


그러면 나는

그대 집 앞을 서성거리다

지나칠 때면

어김없이 대문 앞에

나의 마음을 두고


그대가 대문 앞을 나서면

내가 그려놓은 발자취를 밟고

사랑의 기운을 받아

외출하는 당신은


뜻깊을 마음

사려가 깊은 정성으로

한자리 얻어 놓은 그곳에서

다른 사랑을

찾으러 떠나도 좋구려


그대가 남겨놓은

사랑한 마음들이


이리도 많이

줄기차게 매달린 채

주렁주렁 알알이 맺힌 사랑의

포도 넝쿨이 되어


어느 뜨거운

여름날의 사랑이 되어

주렁주렁 매달려 익어가는 계절에



언제나 그곳은

그대의 보금자리에 남긴

사랑했던 마음의 흔적들을

모두 지우지 못해

사랑의 저축 금고에

사랑의 봉인을 해 놓았소


사랑의 금고 안에는


그대의 깨알과 같은

소곤소곤 거리는

사랑의 은밀한 속삭임


두근두근 첫사랑에 물들듯이

농익어 갔던 사랑의 몸짓들


뜨거운 태양 아래

타오르며 갈망할 수밖에 없었던

네 지난 욕정들


순간순간 잊힐 듯이

가물가물 떠오르다 사라지고

보일 듯이 말 듯이

안갯속에 숨어 지냈던

못다 이룬 감정의 유희들


이 모든 것들은

모두 그대를 위한

사랑의 멜로디가 은어가 되고

새벽이오면 떠오르는 나팔수처럼

아침이 오기까지


기다림에 지쳐 떠나는

어느 개미 일생의 인생에

한없는 푸념은


오늘도 사랑이 사라지지 않는

태양의 쉼터 그늘 아래에

춤추는 버드나무가

나의 고이 잠든

달콤한 사랑의 단잠을 깨우는

이러한 것이 바람이 훔쳐 떠난

꿈인들 어떠하오.


그대여 염려 말아요

당신을 위한 사랑의 행진곡은

앞에는 꽃들의 향연과

뒤에는 바람의 천사들이

늘 불어와


임 지르밟고 가신 길에

꽃잎 흩날리듯

그 향기 따라 어디든지

그댈 찾을 수가 있으니

걱정하지 말말아요


차곡차곡 재워놓은

사랑의 저축은

나의 마음 그대 마음에

잊힌 사랑 되어도

그대 사랑 나의 여인이여


앞으로의 그대 사랑 길은

부디 꽃길만 걷지 말고

황무지 길을 개척해서

꽃길을 만드소서


그대가 이제는

숨바꼭질하지 않으려 할 때

나의 사랑의 금고를 열어 두어

내가 얼마나 그대를 위해

사랑의 저축을 해 놓았는지

보여줄 것이오


그러니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소

찬 바람 불어오는

어느 낯익은

치악산 자락에서 나누었던


가을바람에

부스스 떨어지는 낙엽에

우리의 사랑 들킬세라

사랑의 숨바꼭질도

이제 와 다시는

내겐 다 부질없어라


꼬박 밤잠을 설쳐 나눴던

그 기억을

다시 사랑의 보금자리가 되어

사랑의 금고에

저축이 되게 하여 주오


2022.8.6 인천 영흥도 장경리해수욕장 일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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