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의 일생

- 사람의 일생

by 갈대의 철학

태풍의 일생

- 사람의 일생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팔월 한가위라

달 밝은

기나긴 밤이 찾아오면


추석 일찍 들어

님 마중 나가실 마음만을

앞서 이게 하고

총총 발걸음은

바쁜 걸음을 더디 가게 하고 만드네


곡식도

동물들도

흘러가는 강물도

떠나가는 구름도

다가오는 계절을 잊지 못해


절기가 빨리 들었어도

늦게 철들기 싫던 탓에

중추절 날 분주히 맞이할 채비는

언제나 너와 나의

같은 마음이 되려 하네


그대 밤송이 되어 까칠한 야밤에

처마에 떨어진 알밤 헤어지던 날

떨어진 그날 밤의 신호탄은

누구를 위한

종소리가 되어 울렸을까?


님 소식 전해 들을까 하여

문전성시 대문 밖을 나서고


휑하니 지나는 바람 소리에

깊어가는 야심한 마음만이

적막한 밤하늘을 가득 채우고


메아리 기적소리 되어

들려오는 우려한 밤 깊이

찾아 올 때쯤이면


아 가을이라

초록동이 가을을

가을이라 불러보려네


떨어져야 할 것들은

언제나 진통의 출산을 인내하는

소리 없는 당신의

고깔 신이 안겨준 사랑이

전부였었다고


늦은 밤 귀갓길에

그윽한 탁주 한 사발에 들려오는

동네방네 개 짖는 소리에 묻힌

당신의 조용한 발길은

잠든 이의

청허 한 꿈에 날갯짓을 더하고


이제야 저 세사

큰 태풍 지나간 뒤에

집안에 평화가 오는가 싶더니


이내 사라졌다

다시 나타나는

구름에 가린

민낯의 여인의 발길이여


이 세상에 내리었네

이 세상에 울리었네


쉰소리에 애타게

울부짖어 찾아 헤맨

날 낳으신 당신의 한 숨 내쉰

뜨겁던 심장이 멎는 날

태풍의 일생도 함께 떠나가고 말았네


2022.8.12 슈퍼문 뜨는 강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