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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Sep 05. 2022

태풍의 일생

- 사람의 일생

태풍의 일생

- 사람의 일생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팔월 한가위라

기나긴 밤이 찾아오면


추석 일찍 들어

님 마중 나가실 마음만을 

앞서 이 

총총 발걸음은

바쁜 걸음을 더디 가게 하고 


곡식도

동물들도

흘러가는 강물도

떠나가는 구름도

다가오는 계절 잊지 못해


절기가  빨리 들었어도

늦게 철들기 싫던 탓에

중추절 날 분주히 맞이할 채비는

언제나 나의

같은 마음이 되려 하네


그대 밤송이 되어 까칠한 야밤에

처마에 떨어진 알밤 헤어지던 날

떨어진 그날 밤의 신호탄은

누구를 위한

종소리가 되어 울렸을까?


님 소식 전해 들을까 하여

문전성시 대문 밖을 나서고


휑하니 지나는 바람 소리에

깊어가는 야심한 마음만이

적막한 밤하늘을 가득 채우고


메아리 기적소리 되어 

들려오는 우려한 밤 깊이

찾아  때쯤이면


아 가을이라

초록동이 가을을

가을이라 불러보려네


떨어져야 할 것들은

언제나 진통의 출산을  인내하는

소리 없는 당신의

고깔 신이 안겨준 사랑이 

전부였었다고


늦은 밤 귀갓길에

그윽한 탁주 한 사발에 들려오는

동네방네 개 짖는 소리에 묻힌

당신의 조용한 발길은

잠든 이의

청허 한 꿈에 날갯짓을 더하고


이제야 저 세사

큰 태풍 지나간 뒤에

집안에 평화가 오는가 싶더니


이내 사라졌다

다시 나타나는

구름에 가린  

민낯의 여인의 발길이여


이 세상에 내리었네

이 세상에 리었네


쉰소리에 애타게

울부짖어 찾아 헤맨

날 낳으신 당신한 숨 내쉰

뜨겁던 심장 멎는 날

태풍의 일생도 함께 떠나가고 말았네


2022.8.12  슈퍼문 뜨는 강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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