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된 산행
- 홀로 핀 마음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홀로 가는 이 산행에
길을 물어서 가자니
불어오는 가을바람이 낚아채어
나부끼는 나뭇잎 사이로
흔들리는 나의 마음을 조롱하며
훔쳐 달아났네
기어이 떠나가고 말았구나
가는 것이야
떠나는 것이야
붙잡은들 바람인들 못 잡을쏘냐 만은
가야 할 길이 몇 길이요
남아있는 길이 몇 척이요
되돌아서 가는 길 또한 몇 리가 남았소
가야 할 길이
아흔아홉 채 기거하는 집도 아니요
구중궁궐 숨바꼭질하는 대궐도 아니요
대관령 길 굽이굽이 걸어 돌아서 가는
강릉 가는 길도 아니라네
이 고개를 넘으면
내님이 기다릴 랑가
저 고개가
몇백 리 길도 아닐진대
더디 가는 홀로 된 산행의 마음이
고행의 길이 될까
수행자의 길이 될까
고독의 길이 될 것 이련가
그래도 나는
마음의 고향을 향해 가련다
떠나온 발자취에
지나온 과거를 회상할 때
너에 대한 그리움은 점점 멀어져 간다
2022.9.23 치악산 가는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