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내리던 날에
- 소금산 철계단 404 오르며
첫눈 내리던 날에
- 소금산 철계단 404 오르며
시. 갈대의 철학
저 굽이치며 흐르는 물결을
멀리 바라볼 수 있는 이곳이 바로
치악 줄렁의 뫼.
소금산이로다
저 힘차게 뻗어있는
너의 등태 줄기따라
솟아있는 나의 태생도
흘러가는 저 강물처럼 태산 위에 뫼이로다
겨울은
짐승들도 잠들고
유유히 흐르는 저 강물도 잠을 자야 한다
숙면에 드는 기나긴 겨우내
네 모습도 잠시 잊고
여름철 뜨겁던 날에
멱 감던 강물도 쉬어가라 하고
그래야 겨울철 잠들어 긴 겨울을 보내는
뱀, 개구리, 곰, 그리고 물속의 이끼들
그들의 뱃속은 늘 청정하다
낙엽 위로 내리며 쌓여가는 눈은
나의 오랜 인고된 세월의 무게도 묻혀가고
더 이상의 버거워함을 느꼈는지
첫눈 낙엽 밟는 소리에
시나브로 내리는 눈은
점점 깊이를 알 수 없을 만큼
긴 수렁속 나락으로
내마음을 더욱 더 시리도록 젖어들게 한다
너의 너스레 한 청아한 소리가
언제 들러왔었는지 아득하기만 하였더라
아 가을아 가라
무슨 기고한 못다 들려준 사연들이
이리 많았길래 붙잡고
쉽지 않은 사연 들어달라고
청승스레 들어 달라고 하느냐
낙엽은 떨어져 이미 네 마음도 아니거늘
떠난 그 자리에 소복히
너의 마음인 눈꽃이 그자리를
대신하는데 말이다
첫눈은 하느님의 비듬일까
이래 저래 가을 겨울의 문턱을
오락가락 하니 말이다
첫눈이 내렸으니
이제는 가을다운 겨울이 아닌
겨울다운 가을도 아닌
겨울을 맞이 하여 보자구나
아직 함박눈에 둘러쌓인
겨울산이 오기까지 기다릴 수있는 것은
무엇이든지 기다려 줄 수 있는
인고의 미학을 불러다오
그대 마음에 첫눈 젖시며 내리는 눈은
내님의 눈물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지만
첫눈에 첫사랑은 이루어질거라면서
첫눈이 내리는구나
소금산에도
눈도 하얗고
소금도 하얗구나
소금산 올랐을 때 내리는 첫눈의 마음이
내게 남은 마지막의 첫 발자국으로 기억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