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

- 미끄럼틀과 시소

by 갈대의 철학

고삐

- 미끄럼틀과 시소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떠나간 물을

어찌 따라갈 수 있겠소

물길은 하나로 만나

떠나가는데 말이오


흘러간 구름을

어찌 잡을 수가 있겠소

설렁, 구름 위를 걷는다는 것이

예전에 그대 품속 인양하겠소


스쳐 지나는 바람을

어찌 잡겠소

고삐 풀린 망아지를 붙잡을지언정

사랑의 고삐에 걸린 그대를

어떻게 막을 수가 있으리오


그저

그대의 싸늘하게 전운이 감도는

마음 하나도

붙잡지 못하는데 말이오


그래도 나는 붙잡을 것이라네

그대 마음에 피어날 한 떨기 꽃이

한겨울에 버틸 수 있는

눈꽃의 찬연한 희망을 들이켠

태양의 저편에서는 아직도

내일의 뜨거움을

연거푸 토해내니 말이오


우리의 마음은 둘이라

기찻길 레일 위를 달리는

만날 듯이 아니 만날 듯이 하는


그대는 길 위에 놓인

아스팔트에 내린 잔설이 그러하잖소

그대는 늘

나의 미끄럼틀이 되어주었다는 것을


나는 그 위를 달리는 자동차라서

그러하겠소

그대는 나와의 사랑은

늘 중력을 사이에 둔

시소가 되어왔다는 것을 말이오


2022.12.12 눈 내리는 저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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