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없어 보일 때면

- 하염없이 하늘을 바라보는 거야

끝이 없어 보일 때면

- 하염없이 하늘을 바라보는 거야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끝이 보여 보일라 보일라치면

그리워 그리워져 멀어지는 사랑

눈사람 같은 사람

안개 다가와

보이지 않을 것 겉만 같던 마음이

너의 그리움에

끝없이 걷다가 신기루를 만나듯

오랜 세월의 기다림에 끝은

너와 나의 옛 마음을

벌집 헤집듯이

이곳저곳을 헤이고 마네

하늘에서 눈이 내려와

펑펑 하염없이 내려와

소리 없이 내리는 눈을

올려다본 하늘에선

네 하얀 마음과 만나고

이내

진눈깨비 되어 나의 눈물과 만난다

아스라이 쓰러져가는

나의 옛 청춘의 자화상이 울고 있다

문득 다가선 마음 하나가

뒤돌아서 돌아본다

아~

너였구나 너였어

한 소년이 찾을 수 없었던 미지의 벽을

두드리고 있다

동경의 꿈꾸던 마음 하나가

그림자 사랑을 쫓아 하얀 설원을

지나가고 있다

나의 잃어버린 또 다른 자화상이

녹아서 사라질 찰나에

비로소

그날의 하늘에서 내린 두 마음은

눈이 되어 시나브로 쌓여간다

2023.1.15 눈이 하염없이 내리던 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