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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돌아가련다

- 나는 돌아오련다

by 갈대의 철학

나는 돌아가련다

- 나는 돌아오련다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나는 돌아가련다


눈 덮인 산속을 지나

봄을 기다리는 마을을

기다리기까지

나는 돌아오련다


한 겨울 태양이 저물어도

녹아내릴 수 있는

저편 하늘아래 일번지에

태어난 너를 그리워한 나머지

잊힌 마을 길을

헤매며 돌아오기까지


풀숲을 헤쳐나가

광야를 찾아 헤맨

어느 굶주린 늑대의 눈동자에 비친

슬픈 고뇌에 찬 잔설을 등에 업고

먹이가 바라보이는 호숫가에

찾아오기까지


나는 돌아가련다

그곳으로

만년설이 되어야 돌아온다던

킬리만자로의 하얀 표범이

돌아올 때까지


나는 돌아오련다

깊은 계곡의 심혼을 흔드는

불어오는 어느 한 점의 바람 앞에

흔들릴 수 있는 나뭇가지 우는 소리에


얼음잠에서 깨어나

내 어깨 위에 업혀 으스러지는

가냘픈 네 여린 목선의 실루엣에

비추는 햇살이


잠시 스쳐 지나는 소리에 놀라

꽃피는 봄이 오는 소리라 여기며

이곳에 도착하였을 때

이미 그대는 이곳을 떠나간 뒤였다



2022.12.15 눈내리는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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