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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다

- 치악산 상원사 가는 길에서

by 갈대의 철학

어리다

- 치악산 상원사 가는 길에서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치악산 상원사 가는 길은

1100미터 고지에 올라선

이국 섬나라 십리타향 길


이 마을 저 마을 고을지나

어느 좁다란 계곡길에 접어들면

간혹

딱따구리가 계곡의 적막을 깨우고

이 엄동설산에 아무도 찾는 이 없는

동면의 나락으로 떨어져 가는

길과 만난다


굽이굽이 돌고 돌아서 가라

떠나온 여래의 발자국 따라

눈길 위에 속세에 묻어난 때자국이

그 길 따라 맑게 떠나간

밤이슬에 떨어진

네 눈물이 어리다 어리어라


딱따구리

2025.12.29 치악산 상원사 가는 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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