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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너머 산길에는

- 물의 인연

by 갈대의 철학

재너머 산길에는

- 물의 인연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눈이 하염없이 내리던 날에

그대가 우산을 쓰고

먼발치 재너머 고갯길 산마루길을

걸어온 것이 진정 나의 바람을

의식해서인가요


나는 몰라요

그대는 아시나요


비 내리듯 눈길을 걸어온ㅈ것은

그대 떠나간 사랑의 발자취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인가요

아님 일부러

우리들의 사상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서인가요


당신은 몰라요

정말로 몰라요


그렇다고 사랑이 달아난데요

그런다고 사랑이 잊힌데요


그대 떠나갈 줄은 알아도

그대와의 진눈깨비가 한 몸이 되어가는 것을

애써 외면해 주지 않기로 해요


어차피

물의 인생은 끊어도 끊어도

이어질 수밖에 없는

우리들의 지난 사랑의 마음은

곧 물이 되어 떠나와

다시 만나기로 하는 물의 인연으로

다가설 테니까요


2023.1.15 하염없이 펑펑 하늘에서 눈이 내리던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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