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달

- 숨은 절벽

by 갈대의 철학

숨은 달

- 숨은 절벽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그대와 함께 누운 침대에

스며든 달빛아래는

고요한 숨은 절벽이 요동친다


도시의 불빛들

네온사인이 꺼진 새벽녘에

오로지 불빛이라곤

살가운 마음의 달빛만이

등불 되어 고요히 흐르는

달빛의 여울살에

계곡 아래 춤을 추듯 윤슬 되어

반짝인다


여명이 채 떠오르기에도 바쁜

계곡의 비경 사이사이에서는

흐르는 물소리가

이 고요한 새벽의 적막을 깨우고


저 멀리 들려오는

닭울음소리조차 삼켜버린

너와 함께 한 비밀의 정원에서는


달빛조차 가두지 못해

바라본 창가에 스며든 마음들

어린 달빛에 비춰오는

그대 얼굴에 비친 실루엣의 음영들


우리의 사랑 유희에 따라

달빛도 제 몸 가누지 못해

술 취한 사람처럼 비틀비틀거리고


달빛의 시샘에 아랑곳없이

서쪽하늘에 떠가는 달빛만이

유유히 흐르는 밤 숲길을 밝히려

달빛 사냥을 나선다


2023.3.26 달밤 산책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