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지는 자리

- 바람이 머무는 자리

by 갈대의 철학

바람이 지는 자리

- 바람이 머무는 자리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재너머 산너머에는

바람도 쉬어가는

길이 있다는데


나는 조그마한

그 길

오솔길을 걸어 올라서서


머물 수 없는 기다림에

구름도 쉬어가는 이곳에

오르기로 하였네


굽이돌아 휘몰아치는

자진모리장단에 맞추듯

한쪽은 오랜 세월

등이 굽어 우리 엄니 모습 같았고


사잇길 접어들었을 때 만난

뱀 한 마리가

굽이쳐 도는 모습은


우리 아버지

산길에 만난

탈회하지 못한 채 휘몰아치는


어느 빛바래어 떠나지 못한

굴곡의 여정길이 되어버린

승천하지 못한 삶이 웅크리고

그곳을 떠나지 못하였네


바람이 지는 자리에 올라서니

이곳이 반야의 길목에 드나드는

길목인 줄 일았지만,


한 꽃이 피어났으니

나는

그 꽃을 인고의 꽃이라 부르며


곧 이을

바람이 머무는 자리에 서성거리는

어느 낯선 이의 마음을 대신하여

그곳에 머물러


나는 오늘도

회한의 문을 두드리며

떠나지 못할 그리움을 안고

잠을 청한다네

2023.6.5 치악산 연암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