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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Jun 19. 2023

나는 좋아라

-  나는 행복하리라

나는 좋아

-  나는 행복하리라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나는 좋아라


사랑하는 이와 함께 걷는

이 길을 걷고 또 걸어

다리가 으스러지고  

손발이 퉁퉁 붓고 걸어가는 이 길에


끝없이 펼쳐진

푸른 들녘을 쉼 없이 걸어

어느 외딴 시골마을다다르면


처마 끝에 매달린

호박 넝쿨을 바라보며

우리 사이 넝쿨 호박이 집을 잇는


나는 그대와

조그마한 돌담에 피어나는

넝쿨 같은 사랑을 하며 살리라



나는 행복하리라


불어오는 살가운 바람에

걸어온 만큼

걸어가야 할 시간들을

잠시 멈추고


그곳에서

떠나지 못할 이유를

찾지 않아 되는 마음의 풍요를

나는 너에 대한

기다림이라 부른다


어느덧 문득 

들려오는 소리에

살포시 가느다랗게 뜬 

실낙  두 눈에 


구름도 쉼이 나와 같으니

따가운 햇살에  

너는 내가 피하지 못할 단비처럼

장막을 거두지 못할 처지를

이해하지 않아도 좋은


이 길 위에 놓인 너와 나는

돈이 없어도

낭만을 찾아 떠날 수 있는


나의 마음은

천하의 요새요

바람의 흔적을 찾으러 떠날 수 있는

너의 마음은

천상의 요새라


2023.6.18 치악산 금대트래킹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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