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악 종주 길에서
- 치악 종주 길에서
詩. 갈대의 철학
항상 모험은 두려운 것이다
낯설고 막상 떠나고 나면
별개 아닌데
떠나는 과정이 온몸의 전율을 느끼게 한다
산천길 구비구비 돌아가는
버스길이 내 마음 이로다
가는 길마다 꽃들과
가는 길마다 새들이 나를 반기네
버스는 쉼 없이 달려와
어느새 목적지에 다다르니
가는 길이 멋쩍지 않아도
마음은 이미 그곳을 떠나왔다는 안도감에
더더욱 미련이 남지 않는다
계절이 바뀌는 시점에 오면
바라보는 마음에
벼는 푸르고 이 여름을 더욱더 부채질을 한다
삼삼오오 몰려 탔던 버스길에
대오가 흩트려져 가는 것은
저마다 떠나온 길이 다르고
목적지가 다르기 때문이라
간혹 배낭을 둘러메는 이의 모습은
가히 짐작하더라
그들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그들이 어디를 떠나야만 하는지를
저 멀리 꿩의 전설인
치악 상원의 골짜기 끝이 보인다
첫차에 몸을 싣고 떠나는 마음이
늘 새로운 것은 떠나기에 앞서는 마음이
모든 무거운 짐을 업고 가기에는 역부족이고
떠나가는 마음보다 더 무거운 것이
그것이 내 마음이 아니기 때문이어라
오늘 첫 출사 작품은
계절이 바뀌기를 바라보는 갈망 해서
길가에 하얀 웃음을 건네는 코스모스를 찍었다
날씨가 너무 덥고 땀을 많이 흘리고 정신이 혼미하다
그 와중에 나비 한 마리가 날아와 나를 인도하니
길 잃은 산중의 나그네에
길 잃은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한가닥의 희망과 벗이 함께한다는 것에
더 행복의 발길이 움직여진다
인적이 드물고
바람 한점 없으며
숲은 태양을 등진 지 오래되었으며
간간히 멀리서 들려오는 동종 소리에
두귀 쫑긋 환청이 들리듯이 하며
깊고 깊은 산기슭 산중에
나를 반기는 것은 아득히 너뿐이로다
홀로 떠난다는 것은
홀로 남는 것이다
홀로 떠나가는 이 길이
또 다른 인연을 낳기 위한 것도 아니요
인연이 떠나왔다는 것에 행복을 느끼는 것이다.
2016.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