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슬픈 사연을 아시나요
- 분재의 슬픈 마음
나무의 슬픈 사연을 아시나요
- 분재의 슬픈 마음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지금 우리가 바라보는
저 나무의 끝에 매달린
마음 하나
세월의 녹초에 못 이겨 쓰러진
너의 모습은
설악산에 불어오는 눈보라를 이겨낸
위풍당당한 개선장군
바람에
눈보라에
제살을 에이듯
깎아지고 흐트러진 모습은
진정 풍운아의
역마살을 이겨낸
따뜻한 그리운 어머니 품속
슬퍼말아라 나무여
세상사 세상살이가
인위적이든 자연스럽지 못하든
그것이
내 인생이요
네 삶으로 부딪혀야 할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을
기억하지 말아 다오
그래도
너와 나의 추억은 공유된다
어린 나무가
어른 나무가 되기도 전에
훗날의 멋진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곱게 높게 자라야 할 나무가
이리저리 비비베베
철사로 온몸을 동여매어
똑바로 자라야 할 마음과 몸을
이리저리 비비 꼬이게 하더니
위로 하늘높이 태양을 바라보면
언제 그랬냐 듯이
다시 철사줄로
팔다리를 찢어놓으니
달 없는 밤을 그리워해
태양 가린 구름을 못 미더워해
그래도
나의 삶은 지속되어야 한다
너의 삶은
아직도 걸어가야 할
여정길이 많이 남아 있기에
어느 순간
다 자란 네 모습의 끝을
바라보노라면
지나온 얽히고설킨 마음의 눈시울이
뜨겁고 붉게 흘러내리지만
네가 있어 내가 있고
내가 있어 너를 위로해 주니
그나마 동병상련의
이심전심이 아니하겠는가
2023.8.22 청계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