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이 떨어지고

- 낙엽이 쌓여갈 때

by 갈대의 철학

낙엽이 떨어지고

- 낙엽이 쌓여갈 때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낙엽이 하나둘씩 떨어지고

낙엽이 하나둘씩 쌓여갈 때


나는 가을의 시작이

낙엽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말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자욱한 안개 숲 사이로

달려가고 지나가는 갓만이


비단

가을을 재촉하는 마음보다

숨겨져 있는 마음을

이야기하는 것이

모든 것을 말하려고 숨기는 것이

아니기를 진심으로 말하고 싶었습니다


가을이면

의당 아침저녁의 기온차이로 인해

안개 자욱하게 피어나는 것은

가을의 첫 무대가 펼쳐지고


그긴 기다림의 끝을

이제는 더 이상

애써 감추지 않아도 되어간다는 것은

밤이슬이 차갑게 내려앉아

아침 햇살에 반짝임에

기다림이 대변해 주지 않아도

되어가서입니다


아직 나의 마음에

여름의 잔당들을 소탕하기에는

아직 나의 병사들은 이들을 물리칠

힘도 세력도 없기에


그렇다고 그들의 쿠데타를

수수 방관하기에는

그들에게 가을의 위용을 빼앗기고 싶지

않았을 뿐입니다


왜냐하면

여름의 쿠데타는

아직 남아있는 뜨거운 햇살이

주 무기이었기에

이제는 제법 그들이 활동하기에

아침저녁으로는 쉽게 공격을 하지 못하고

움찔 움츠리고 있습니다


괜히

섣불리 건들다간

마지막 남은 힘을 모두 소진해

돌이킬 수 없는

마음이 되어버릴 수 있으니까요


이때다 싶어 나는

하루의 마음을

그 기나긴 여름을 위해

애써 표현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그대의 옷차림에서

이미 전라의 여름은 다음을 위한

가을의 대변인이 되어갑니다


그렇게 나의 가을은

문득 생각나 치악산에 올라보고

등짝에서 식을 줄 모르는 물줄기가

이곳 상원사 계곡 초입부터

들려오는 웅장한 물소리어


산 중턱에 오르고

상원사에서 불어오는 바람 한 점이

이내 내 등짝을 식어가게 만드는 것이

나의 여름이 떠나갈 것을

스스로 그들이 타락되어 가는 것을

알아가서입니다


치악산 상원사 가는 길에

낙엽이 떨어짐을 알아갈 때

나이 발걸음은

지난여름의 뜨거운 열정을 대신할


다가올 가을 낙엽 떨어지며

가을 낙엽 쌓여갈 때

지난 못다 한 사랑도 이루어질 거라

이 가을의 고독함의 홀로서기 연습은


이 가을이 시작되는

가을의 마중길은

치악산에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러

떠나가는 마음입니다


2023.9.1 치악산 상원사 남대봉 가는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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