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갈대의 철학 Sep 07. 2023

가을하늘

- 가을바람

가을하늘

- 가을바람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가을하늘

가을바람


눈이 부시도록

푸르디푸르던 하늘 아래

오늘 단 하루가


내 생에 단 한 번

기다리는 마음이

이토록 애절하고 간절하게

그리워했던 적이 있었던가


이렇게  청허 한 마음으로

하늘을 올려다볼 수 있는 마음이

그대 아닌 하늘이었다는 게

새삼 놀라지 않을 수야 없었지만은


오늘 하루의 하늘을

영원히 바라볼 수만 있었다면

내가 그토록

그댈 그리워했던 것보다

사랑했던 때를 

기억하지 않아도 되었 테니까


하늘을 바라보며

하루 넋두리에 시간 가는 줄 모를 때

지나가는 가을 소슬바람이

나에게 전해주려네


오늘 하루만큼은

지금껏

살아온 인생에


하늘 점에

내게 티 없이 맑지 않은 마음도

하늘 점에

내게 부끄럽게 살아온 마음


오늘 하루처럼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은


나를 탓 하지도  

나를 용서해주지  않아

나를 미워하지도 않는다고

하늘이 내게 말해주네


오늘 하늘은

잠시 모든 것들을 내려놓아도

행복할 거라고

귓가에 스치는 가을바람이

나에 귀띔하며 전해주면서


사랑은 잠시 피어나는

꽃일 뿐이라고 말하고

여름이 떠나가

슬퍼하지 말라 한다


너의 마음을 떠나간 사랑에는

그해 여름날

뜨겁던 사랑이 녹아

가을 이슬꽃이

대신하여 피어나겠지만


나의 하늘에는

가을 단풍의 마음이 대신하여

언제나 그 자리는 추억이 되어  

그대 그리움에 회자되 


여름보다 더욱더 붉게

기다림에 지쳐가는

못다 한 사랑의 미완성은

단풍이 내 마음을 달래며

촛불의 심지처럼 타들어 가는 마음이

되어가고 있을 테니까요


2023.9.7 청계산에서

매거진의 이전글 여름 벗인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